시작은 1000원이었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9일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46억원을 횡령한 재정관리실 3급 최모씨 범행은 지난 4월27일부터 시작됐다.
최씨는 채권압류 등으로 지급보류된 진료비용의 계좌정보를 조작해 본인 계좌에 입금하는 방식을 썼다.
지난 4월27일 1000원을 횡령한 뒤 아무 문제가 없자 4월28일 1740만원, 5월6일 3273만원, 5월13일 5902만원, 7월21일 2625만원, 지난 16일 3억1632만원으로 점점 횡령금액을 늘렸다. 마지막으로 지난 21일 약 42억원을 횡령했다.
특히 최씨는 횡령을 시작한 초반, 횡령금액이 실제 입금된 4월28일과 5월6일 각각 오전반차와 연차휴가를 사용했다. 횡령이 적발될 경우를 대비해 도주를 위해 휴가를 사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1일 마지막으로 42억원을 횡령한 최씨는 19일부터 26일까지 연차휴가를 사용하고 잠적했다.
신 의원은 “몇 번의 시도를 통해 허점을 파악하고, 마지막에는 과감하게 42억원을 빼돌렸다. 처음 한 두 차례 시도에서만 발각됐어도 총 46억원이라는 대형 횡령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팀장 신분으로 지급 계좌번호 등록 및 변경에 대한 권한을 모두 갖는 취약한 지급시스템을 악용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이어 “분명히 개인의 잘못이 있지만, 바늘도둑이 소도둑이 되는 동안 전혀 걸러내지 못한 건보공단 관리시스템의 부재, 공공기관의 기강해이”라고 꼬집었다.
최씨는 빼돌린 돈을 계좌 10개에 분산 입금했다. 당초 독일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진 최씨는 현재 필리핀에 머무는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최씨 국내 송환을 위해 인터폴과 공조 수사에 나설 계획이다.
보건복지부는 내달 7일까지 건보공단에 대해 2주간 특별감사에 들어갔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