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리스크’가 일단락되며 국민의힘 당권 경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이준석 전 당대표에 당원권 정지 1년이라는 추가 징계를 내렸다.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의 직무집행을 정지해달라고 이 전 대표가 낸 가처분 신청도 기각됐다.
정 비대위원장은 9일 당직 임명과 전국 당협위원회에 나서면서 본격적으로 당 정상화 작업에 착수했다. 정 비대위원장은 정기국회에서 윤석열 정부 첫 예산·법안을 마무리하고 다음해 2월 무렵 전당대회를 열자는 입장을 내놓았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SNS에 차기 당권 도전을 시사하는 게시물을 올렸다.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여론조사’ 관련 본인이 나경원 전 의원, 이 전 대표, 김기현·안철수 의원을 제치고 대구·경북 지역에서 지지율 1위를 기록했다는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했다. 또 같은날 ‘이 꼴 저 꼴 다 보기 싫을 때, 유승민’이라는 제목의 기사도 공유했다.
당권 도전을 공식화한 안 의원은 이날 MBN ‘정운갑의 집중분석(시사스페셜)’에 출연해 유 전 의원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안 의원은 ‘유 전 의원이 당 대표에 출마할 것으로 보이냐’는 질문에 “힘들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유 전 의원이) 지난 경기지사 경선 때 50대 50 룰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졌다”면서 “당에서 신뢰를 얻지 못했다는 것을 본인도 알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 본인을 두고 “윤석열 정부 5년 밑그림을 다 그렸다”면서 “당에서의 뿌리가 약하기 때문에 오히려 공천에 대한 부담이 없다. (당 대표에 당선이 된다면) 2024 총선에 정말로 우리나라를 위해 공헌할 수 있는 전문가를 많이 포진시킬 것”이라는 의지를 비쳤다.
김 의원은 안 의원 등 타 후보에 대한 발언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 7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안 의원은) 민주당 전신인 정당의 대표를 하셨던 분인데, 우리 당에 (입당한 건) 아직 잉크도 채 안 마른, 몇 달 밖에 안 됐다”며 “새정치민주연합, 후신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 민주당이 중도보수정당이었나 의문”이라고 날을 세웠다.
이 전 대표가 누구의 손을 잡을지도 관심사다. 이 전 대표는 ‘양두구육’, ‘신군부’ 등의 표현을 사용해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의힘을 비난해 당 윤리위에 회부됐다.
기존 6개월 당원권 정지에 1년이 추가되면서 이 전 대표는 오는 2024년 1월8일 이후에야 당원권을 회복하게 된다. 2024년 4월로 예정된 다음 총선 출마도 불투명해졌다. 총선 피공천 자격은 공천 신청 시점에 당비를 3개월 이상 낸 책임당원에게 주어지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와 유 전 의원의 연대설도 제기된다. 이 전 대표는 지난 7일 자신의 SNS를 통해 “어느 누구도 탈당하지 말고 각자의 위치에서 勿令妄動 靜重如山(물령망동 정중여산)”이라며 입장을 표명했다. 물령망동 정중여산은 경거망동하지 않고 태산처럼 신중하게 행동하라는 뜻이다. 이순신 장군이 1592년 임진왜란 중 옥포해전 출전을 앞두고 장병들에 당부한 말이다. 자신을 둘러싼 탈당설이나 신당 창당설에 선을 그은 셈이다.
유 전 의원은 이 전 대표 추가 징계에 대해 “대표직을 박탈당한 사람이 권리 회복을 위해 법원의 판단을 구하는 자유와 권리, 바로 그것이 핵심징계 사유라니 지나가는 개가 웃을 일”이라며 “양두구육이 징계 사유라면 ‘이 XX들’, ‘X 팔린다’는 막말을 한 윤석열 당원(대통령)은 왜 징계하지 않냐”고 비판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