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디지털뉴딜의 한 축을 담당했던 데이터바우처 사업에서 약 10억원의 공문서 위조 및 업무상 배임 사건이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진흥원)의 관리 부실로 예견된 사건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데이터바우처 사업은 중소기업이나 창업기업 등이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도록 바우처를 지원해주는 사업이다. 지난 2019년 사업 시행 후 4년간 방송통신발전기금(방발기금) 4135억원이 투입됐다. 올해엔 진흥원 전체 예산 1428억원의 87%인 1241억원이 투입된 사업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윤두현 의원이 11일 제공한 자료에선 퇴사한 것으로 알려진 사업담당자 김모씨는 데이터바우처 사업에서 약 5억5000만원, 데이터스토어 사업에서 약 4억5000만원 등 10억원 규모의 공문서 위조 및 업무상 배임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진흥원은 해당 사건을 인지한 후 잘못된 대응을 해왔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번 배임 사건은 데이터스토어 용역기업인 A사가 지난 1월 20일 스토어 사업 용역 대금 4억5000만원을 받지 못했다는 피해사실을 진흥원 측에 신고하면서 알려졌다. 5일 뒤인 25일 공급기업인 B사는 바우처 사업에서 대금 2억1000만원을 받지 못해 지급을 요청했다.
또 지난 2월 3일 C사는 바우처사업에서 용역·물품 대금 3억3500만원을 받지 못했다고 지급 요청했다.
진흥원은 사건이 연속으로 발생하자 별도의 내부 감사 없이 단순 조사와 A사 주장만으로 1월 27일 A사에 대한 김모씨의 비위혐의를 방배경찰서에 고소했다. 진흥원은 이후 내부 감사 없이 단순 조사와 B, C사의 주장으로 김모씨의 비위혐의를 추가 고소했다.
공공기관은 비위사건 발생 후 감사실에서 실질감사를 하고 결과를 근거로 관련자를 내부 징계한 뒤 고소를 진행한다.
A사와 C사는 비위자와 맺은 계약이 무효임을 인지할 수 있는 기업인데도 진흥원을 상대로 용역대금 요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진흥원은 구두 법률 자문을 근거로 무고가 우려된다면 이들 기업에 맞고소를 하지 않고 있다는 문제점도 지적된다.
또 진흥원에선 김모씨에 대한 업무 조사 과정에서 김모씨가 C사에 임대한 적 없는 노트북·PC 등 임대비를 명목으로 5차례에 걸쳐 법인카드 약 2700만원을 결제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당시 진흥원 내부규정에선 카드사용 후 5일 이내에 기본결제문서 사본 등 관련서류를 첨부하고 회계부서는 이를 검토해 대금결제를 하도록 돼 있었다. 감사실은 6개월에 1회 이상 카드 이용실태에 대한 자체 감사를 실시해야 했는데 이 또한 지켜지지 않았다. 진흥원은 김모씨에 대한 소송 결과가 나오면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진흥원 측 소송대리인에 대한 전관예우 의혹도 제기됐다. 진흥원 측 소송대리인은 지난 2018년 말부터 2021년 말까지 3년간 진흥원의 비상임이사로 활동했다.
비상임이사 기간 종료 후 지난 1월 24일 수의계약을 지키지 않고 총 2650만원의 수임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계약 및 업체선정은 과거 진흥원 내부감사와 과기부 감사에서도 여러 번 지적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의원은 이날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의 업무가 총체적으로 부실하다”며 “기타 공공기관임을 망각하고 정부의 법과 규정을 지키지 않은 채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는 진흥원에 대한 과기부 감사와 퍼주기 사업으로 전락한 데이터바우처 사업 예산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상호 기자 sangh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