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 팬덤 아미를 위한 지상 낙원이 있다면 이곳일까. 15일 방탄소년단 콘서트가 열리는 부산은 곳곳이 아미를 위한 성지 같았다. 해운대해수욕장이 내려다보이는 호텔 야외정원에선 방탄소년단의 히트곡 뮤직비디오가 끝없이 흘러나왔고, 멤버들 발길이 닿았던 유명 식당과 카페는 인증 사진을 찍으려는 팬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오전 11시, 김해국제공항에 내리자 ‘퍼플 유’(보라해·사랑해를 뜻하는 방탄소년단과 아미 사이 은어)라고 적힌 연보라색 현수막이 방문객을 반겼다. 방탄소년단 콘서트 ‘옛 투 컴 인 부산’(Yet To Come in Busan) 개최를 기념한 이벤트였다. 보랏빛으로 물든 건 김해국제공항뿐만이 아니었다. 공연이 열리는 부산 아시아드 주경기장을 비롯해 롯데월드 어드벤처 부산, 부산시청, 광안대교, 남항대교, 영화의 전당 등 부산 시내 주요 랜드마크가 보라색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흡사 콘서트 분위기” 호텔 앞 전야제
더 시티 프로젝트를 완성한 화룡점정은 부산을 누비는 아미였다. 해운대해수욕장 백사장에 마련된 라이브 플레이(공연을 실시간으로 송출하는 행사) 특설무대는 이날 정오부터 해외 팬들로 북적였다. 네덜란드 출신으로 현재 서울에 거주 중인 하넬로레 반 데어 슬루이스(20)와 조셀리엔 반 데어 메이(22)도 이날 오전 일찍부터 해운대해수욕장을 찾았다. 이들은 “콘서트를 위해 부산에 온 거라 다른 곳을 구경하지 않고 바로 라이브 플레이에 왔다. 다른 아미들을 만나고 싶어 서둘렀다”며 “네덜란드에서도 바다 근처에 살았는데 이렇게 바다에 오니 기쁘다. 날씨도 완벽하다”고 즐거워했다. 미국 출신인 서리나 지닝스(39)는 가족·반려견과 함께 해운대해수욕장 근처를 걸으며 콘서트 분위기를 만끽했다. 지닝스는 “부산에 세 번째 오는데 늘 좋다”며 “특히 이번엔 도시 전체가 행사 분위기라 즐겁다”고 했다.
방탄소년단 테마 객실이 마련된 파라다이스호텔 부산 앞은 전날부터 아미들이 내뿜는 열기로 뜨거웠다. 호텔 측이 야외 정원에 대형 전광판을 설치하고 방탄소년단 공연 영상과 온라인 콘텐츠 ‘달려라 방탄’ 등을 상영해서다. 투숙객은 물론, 인근 시민들도 몰려들어 영상을 즐겼다. 온라인에서도 “눈물 난다” (트위터 btsqtsarc****) “모든 게 보라보라해”(트위터 bangtans_abr****) 등의 반응이 쏟아졌다. 호텔 관계자는 “부산에 온 아미를 위한 전야 행사”라며 “투숙객은 물론 일반 시민들도 몰려 분위기가 콘서트를 방불케 했다”고 귀띔했다. 파라다이스호텔은 이 밖에 전야특별 객실 패키지와 식음료 이벤트도 선보였다. 그랜드 조선 부산 등 다른 특급호텔 4곳도 방탄소년단 미공개 사진 카드를 투숙객에게 증정하는 숙박 패키지 상품을 판매했다.
‘지민 카페’ ‘정국 곱창’…곳곳이 성지일세
지민과 정국이 나고 자란 부산은 아미 사이에선 일찍부터 명소로 통했다. 지민의 단골 중국집, 정국이 다닌 초등·중학교, 정국이 즐겨 찾는다는 곱창 가게 등이 필수 코스가 됐다. 이날 오후 지민의 아버지가 운영하는 부산 대연동 카페에 갔더니 이미 세계 각지에서 몰려온 팬들로 만석이었다. 출입구 앞 테이블엔 지민의 사진과 꽃이 즐비했다. 이틀 전(13일)이었던 지민의 생일을 축하하는 장식이었다. 아들을 위해 이역만리 타지로 향한 팬들에게, 아버지는 넉넉한 인심을 베풀었다. 기다리느라 고생한다면서 마실 것을 나눠주는 등 격의 없이 소통했다. 카페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던 태국 팬 와랏파트 폴리포(38)는 “공연 티켓은 구하지 못했지만 부산에 와 기쁘다”며 웃었다. 일본에서 온 토모미(33)는 “첫 부산 방문인데 도시 풍경이 무척 아름답다. 오는 길에 계속 동영상을 찍었다”고 했다. 토모미와 친구 유키(39)는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려웠다는 티켓 예매에 성공한 승자다. 두 사람은 “얼마나 신나는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라며 “기분이 도키도키(ドキドキ·두근두근)하다”고 말했다. 금의환향의 주인공인 지민과 정국은 공연에서 “고향으로 아미 여러분을 초대하니 더욱 영광이고 설렌다”며 감격스러워했다.
부산=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