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잡 벗은 이란 클라이밍선수, 한국서 실종?…대사관 “가짜뉴스”

히잡 벗은 이란 클라이밍선수, 한국서 실종?…대사관 “가짜뉴스”

BBC 페르시안, 소식통 인용 “휴대폰·여권 빼앗겨”
재한 이란인들 “이란 압송하려 한다는 소문들려” 우려
주한 이란 대사관 “대회 끝난 후 이란행…거짓보도 부정”

기사승인 2022-10-18 15:30:18
2022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엘나즈 레카비(33) 선수. 사진=유튜브 캡처

2022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하기 위해 한국에 온 이란 여성 선수가 자취를 감췄다. 히잡을 쓰지 않은 채 대회에 참가해 주목을 받은 엘나즈 레카비(33) 선수가 대회 이후 돌연 모습을 감추면서 재한 이란인들은 이란 정부의 처벌 가능성을 제기하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반면 주한 이란 대사관은 “가짜뉴스”라고 일축했다.  

18일 재한 이란인 A씨는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경기 끝나고 한국에서 실종됐다. 출국이 됐는지 안됐는지 조차 알수 없다”라며 “대사관 측이 데려갔을 것이라고 추측만 할 뿐 확인 되지 않는다”고 했다. 

또 다른 이란인 B씨는 “레카비는 히잡을 벗은 상태로 대회에 참가했고 이후 선수의 위치가 확인되지 않는다”며 “(이란인 사이에서는) 히잡 미착용으로 체포해 이란으로 압송하려 한다는 소문이 들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주한 이란 대사관은 “레카비는 대회가 끝난 후 이날 오전 서울을 떠나 이란으로 향했다”며 “엘나즈 레카비에 대한 모든 가짜 뉴스와 거짓 보도 및 정보를 부정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레카비는 지난 10~16일 서울 잠원 한강공원에서 열린 2022 국제스포츠클라이밍연맹(IFSC)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출전했다. 

SNS에 퍼진 엘나즈 레카비 선수 이미지. 사진=이란 인터내셔널, 트위터

특히 그는 히잡을 쓰지 않은 채 경기에 출전해 눈길을 끌었다. 레카비의 경기 사진은 SNS를 통해 확산하며 최근 이란 여성 인권 시위자들의 지지를 얻었다. 이란에서는 지난 9월 20대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된 이후 돌연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반정부 시위가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미국 매체 인사이더는 “레카비는 머리카락이 완전히 보이는 모습으로 벽 앞에 섰다”며 “레카비는 4위를 했지만 그의 도전적인 움직임은 전세계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고 보도했다. 아울러 “이란 정부가 국외 여자 선수들에게 (히잡으로) 머리를 가릴 것을 의무화하고 있는 가운데 레카비가 귀국할 경우 파장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 

우려가 현실이 된 걸까. BBC 페르시안은 소식통을 인용해 서울의 한 호텔에서 머물던 이란 대표팀이 이날 오전 호텔을 떠났다고 전했다. 당초 계획보다 이틀 앞당긴 것이다. 이 소식통은 BBC에 “레카비의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겼다”고 말했다. BBC는 “레카비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이란 당국은 이 사건에 대해 아무런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에 기반을 둔 방송 이란 인터내셔널은 “레카비의 움직임은 이란인과 외국인인들의 반응을 불러 일으켰고 SNS에는 그가 귀국할 예정인 수요일 오전 환영하기 위한 모임을 조직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레카비가 (이란에) 도착하자마자 체포되지 않을 지 걱정한다”며 “이란 당국은 레카비를 예정보다 일찍 테헤란으로 이송하기 위해 움직여 사람들이 그의 도착을 위해 모일 수 없게 했다”고 말했다. 

이란인들이 레카비의 귀국을 우려하는 것은 국제 대회에서 히잡을 착용하지 않아 논란이 된 사례가 이어져 왔기 때문이다. 지난 2019년 이란 여성 최초로 해외 복싱 경기에 참가해 승리한 사다프 카뎀은 경기에서 히잡을 쓰지 않고 민소매 티셔츠와 반바지를 입고 경기해 이슬람율법을 어겼다는 이유로 귀국을 포기했다. 2017년에는 이란 여성 체스 선수 도르사 데라크샤니는 스페인 남단 영국령 지브롤터에서 국제체스대회가 열리는 동안 히잡 착용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국가대표팀에서 제명됐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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