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종합감사에서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의 주식 거래 자료 제출 거부에 대해 여야 없이 질타가 이어졌다. 야당은 윤석열 정부가 내세운 ‘약자 복지’를 두고 날을 세웠다. 20대 노동자가 사망한 SPC계열 제빵공장도 도마 위에 올랐다. 백 청장이 1차 질의가 끝나기 전까지 자료를 제출하지 않자 더불어민주당은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징계를 공식 요구했다.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복지위 종합감사에서 강훈식 민주당 의원은 “국정감사 첫날 첫 의사진행발언으로 백 청장 주식 거래 내역 자료 제출을 요구했는데 3주가 지난 국감 마지막 날까지 제출하지 않고 있다”면서 “사실상 직무 연관성 심사를 회피하기 위해 제약, 바이오 주식을 매각한 게 아니냐는 새로운 의혹도 추가됐다. 이쯤 되면 주식관리청장이라는 이야기를 듣는 것도 당연하다”고 비판했다.
거취 문제 거론에도 백 청장은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말할 뿐 끝내 자료를 제출하겠다고 답하지 않았다. 백 청장의 이 같은 태도에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 마저 “(주식 거래) 자료를 국회에 제출하라. 뭐가 그렇게 떳떳하지 못한건가”라고 토로했다.
윤석열 정부의 약자 복지에 대한 여야 공방도 이어졌다. 민주당 의원들은 국공립어린이집 확충 예산 삭감, 공공형 노인 일자리 6만 1000개 축소, 노인요양시설 개선과 지매전담형 시설 확충 예산 34.5% 삭감을 근거로 “이것이 윤석열 대통령이 말하는 약자 복지인가”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은 정부 예산안이 ‘현실 복지’라고 반박했다.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은 “윤 대통령은 지난 9월 브리핑에서 10여년 동안 우리나라 복지 확대가 약자에 대한 집중 지원보다 득표에 유리한 포퓰리즘적 지원이라며 정치 복지와 민간단체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지적했다”며 “이제는 정치 복지가 아니라 꼭 필요한 약자 복지, 현실 복지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SPC그룹 계열사 제빵 공장에서 발생한 20대 근로자 사망사고도 거론됐다. 최혜영 민주당 의원은 “혈흔이 남아있는 공간에서 빵을 만드는 모습이 언론에 그대로 공개됐다. 해당 공장은 해썹(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 인증을 받은 공장이다. 해썹 평가 기준에 따르면 제조 공정에 위해 요인이 발생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면서 “식약처는 해당 업소를 점검했나”라고 질의했다.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현장 점검에 나갔다”고 답했다. “혈흔이 있는 공간에서 만든 빵이 유통되고 있는지 확인했나”라는 질문에는 오 처장은 “아직 확인 안됐다”고 답했다. 최 의원은 “고용노동부 조사와 별개로 식약처는 위생적 문제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1차 질의 종료 전까지도 백 청장이 자료를 제출하지 않자 민주당 의원들은 맹폭했다. 강 의원은 “지난 정부때 모 장관은 본인이 서울대 교수 시절, 본인도 아니고 본인 아내가 사모펀드 가입했다는 이유로 검찰 조사뿐 아니라 모든 가족이 샅샅이 털렸다”면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거론했다.
강기훈 의원은 “백 청장은 직원들이 직무상 비밀을 이용해 이득을 취득하면 과태료를 물게 하거나 직무정지를 시켜야 하는, 이해충돌방지법 집행 주체”라며 “본인은 법의 망을 피할 지 몰라도 본인의 도덕성이 질병청, 복지부 전체 기관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야 한다. 개인 정보라는 이유로 제공 안하고, ‘버티면 된다’고 버틸 문제가 아니다. 신뢰 문제”라고 질타했다.
이어 “사과할 일이 있으면 사과하고, 물러날 일 있으면 물러나야 한다”면서 “질병청·복지부 전체 공무원에 대한 전반적 조사도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하고 본인 스스로 결자해지할 각오로 정면 돌파하라”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2차 질의 종료가 마지막 기한이라고 강조했다.
강선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헌법에 근거한 국회 국정감사와 형사소송법에 근거한 검경의 수사협조에도 코로나19 확진자 및 백신 접종자에 대한 개인정보 제출을 거부한 질병청이 감사원에는 자료를 제출한 점을 질타했다.
강 의원은 “지금 이 시간까지 질병청이 자료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 민감한 개인정보에 대한 선택적 제출은 국회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자 법률 위반이다. 법적,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 백 청장 등 자료 제출을 거부한 질병청 관계자들에 대한 징계를 공식 요구했다. 정춘숙 복지위 위원장은 “양당 간사가 해당 건에 대해 의논해달라”고 요청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