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 의혹과 관련해 검찰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민주당) 대표의 측근을 구속하거나 압수수색했다. 이 대표를 향한 포위망을 촘촘히 좁혀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부장검사 강백신)는 24일 오후 2시20분부터 오후 4시30분까지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내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김 부원장이 사용하던 컴퓨터에서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 관련 자료들을 추출했다. 6개의 문서파일을 가져간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9일 첫 압수수색이 불발된 지 5일 만이다.
민주당은 검찰이 입수한 문서 파일이 혐의와는 관련 없다고 선을 그었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범죄 혐의와 관계없는 단순한 문서 파일”이라며 “6개 중 3개의 내용이 동일해 실제 가져간 문서 파일은 4개”라고 이야기했다.
김 부원장은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정민용 변호사와 공모해 지난해 4~8월 대장동 개발 민간업자 남욱 변호사에게 8억47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를 받는다. 지난 22일 구속됐다. 김 부원장은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지난 대선 당시 이 대표 캠프에서 총괄부본부장을 지냈다. 불법적으로 흘러간 정치자금이 이 대표의 대선자금을 쓰인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다만 김 부원장은 “불법 자금을 수수했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검찰이) 없는 죄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무혐의를 주장했다.
검찰은 이 대표의 또 다른 측근인 정진상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을 향해서도 날을 세웠다.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부장검사 유민종)는 정 실장의 출국을 금지했다. 검찰은 정 실장이 성남FC 후원금 의혹과 불법 정치자금 의혹 등에 엮여 있다고 보고 있다.
성남FC 후원금 의혹은 이 대표가 경기 성남시장 시절 성남FC 구단주로 활동하면서 기업으로부터 거액의 후원금을 유치, 이를 대가로 특혜를 줬다는 내용이다. 검찰은 지난 2016~2018년 두산건설에서 55억원 상당의 광고 후원금을 유치하고 이후 두산그룹이 소유한 성남 분당구 정자동 병원부지 3000여평을 상업용지로 용도 변경해줬다는 내용에 주목하고 있다. 두산그룹 위에도 농협, 알파돔시티, 현대백화점, 네이버, 차병원 등이 성남FC에 거액을 후원한 배경을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악재는 또 있다. 대장동 개발 의혹 관련 구속 만료로 출소한 유 전 본부장이 이 대표에 대한 불리한 주장을 내놓는 상황이다. 유 전 본부장은 24일 오후 법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1년을 참아왔다. 감옥 안에서 사람이 제일 무섭다는 걸 깨달았다”며 “배신감일 수도 있는데 제가 좀 착각했다. 여기는 제가 생각했던 것과 달리 참 비정한 세상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제 마음이 평화롭고 홀가분하다. 편하게 다 이야기할 수 있고 조사도 그렇게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실상 이 대표가 대장동 개발 의혹에 연루돼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내놨다. 유 전 본부장은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내가 벌 받을 건 받고, 이재명 명령으로 한 건 이재명이 받아야 한다”며 “10년간 쌓인 게 너무나 많다. 급하게 갈 것 없다. 천천히 말려 죽일 것”이라고 했다.
반면 이 대표는 ‘대장동 특별검사(특검)’를 제안하며 반박에 나섰다. 그는 “정쟁적 요소는 1년이 넘었기 때문에 특검에 맡기고 민생에 집중해야 한다”며 “작년에도 저는 분명 특검하자고 했는데 국민의힘에서 '이것, 저것 빼자'고 조건을 붙여 실질적으로 반대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서도 “국정감사 도중에 야당의 중앙당사 침탈이라고 하는 대한민국 민주주의 역사, 정당사에 없던 참혹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비통한 심정으로 이 침탈의 현장을 외면하지 않고 지켜보겠다. 국민 여러분께서 이 역사의 현장을 잊지 마시고 퇴행하는 민주주의를 지켜주시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