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그대로 컴퓨터를 부수고 싶은 심정입니다”
차세대 사회보장 정보시스템(차세대 시스템)이 개통 2달 가까이 오류가 계속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시스템 안정화 시기를 예측하기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복지시설 종사자는 답답함을 넘어 분노를 토로하고 있다. 경북 안동 한 장애인주간보호시설 담당자는 26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시군구청에서는 빨리 자료를 보내라고 하는데 시설에서는 안 보내지고, ‘여기는 되는데 왜 거기는 안되냐’고 서로 언성 높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담당자는 “오늘은 지자체에 보조금 신청을 해야 하는데 실패했다. 8월 정산보고를 아직까지 못했다”며 “통상 매달 중순에 들어오는 10월 보증금은 전날에서야 입금됐다. 하마터면 급여 지급도 못할 뻔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상담센터에 전화를 걸어 오기로 30분까지 버텨봤지만 결국 연결에 실패했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의 ‘고객의 소리’ 게시판에도 하루가 멀다 하고 민원이 이어진다. 지난 8월 말 장애인 복지카드 발급을 신청했다는 한 시민은 25일 글을 올려 “어떤 상황이고, 어떻게 되가는지 공지도 못해주나. 초등학생도 이렇게 일 안할 것”이라며 “전화도 안 받고 콜센터 상담원 뒤에 숨어 있으니 기분 좋나”라고 비판했다.
지체 장애 2급인 장애인이라고 밝힌 이는 “복지카드 재발급 신청한 지 두 달이 돼가도 아무 답이 없다”며 “장애인 고속도로 할인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이동에 불편을 겪고 있다는 민원을 같은날 올렸다.
차세대 시스템은 저소득층·장애인·노인·아동·의료 등 사회보장 급여 수급자 2200만명이 이용하는 정부 복지 서비스 5개를 3개(행복이음·희망이음·복지로)로 전면 통합해 간소화하는 대규모 정부 프로젝트다. 행복이음은 지자체 공무원용, 희망이음은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용, 복지로는 대국민 서비스 복지 시스템이다. 지난 2020년 4월 복지부 산하 한국사회보장정보원이 1220억원을 투입해 시스템 구축에 착수했다.
지난달 6일 첫 개통 이후부터 각종 복지급여 지급 업무에 차질이 빚어졌다. 기초생계비나 주거급여, 한부모지원금, 기초연금 등을 제때 지원받지 못한 취약계층이 직격타를 맞았다. 지난달 민원 게시판에는 “한부모지원금 60만원이 들어오지 않아서 급하게 대출을 받았다”, “주거 급여를 받지 못해 당장 월세도 못 내게 생겼다”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이나 사회복지기관 담당자가 기능개선·시스템 오류 등을 요구한 건수는 지난 5일 기준 10만 2000건에 달한다. 임대주택 당첨 발표, 국가장학금 소득구간 산정에도 그 여파가 이어졌다.
시스템 정상화 과정이 더딘 데에는 개발 인력 이탈이 크다. 차세대 시스템 구축사업단은 올해에만 343명의 인력을 투입했으나 307명이 퇴사했다. 시스템 개발 사업을 수주한 컨소시엄 대표사 LG CNS는 지난 18일 60명의 인력을 추가 투입했다.
국정감사에서는 기관 사이 소통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은 문제도 불거졌다. 지난 6일 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이달 중 시스템 정상화가 가능하냐”는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 질의에 김영섭 LG CNS 대표이사는 “10월 중 시스템이 대부분 안정화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했다. 이후 노대명 한국사회보장정보원장은 11일 국감에서 “개발자 대거 이탈로 이달 중 정상화는 한계가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답하며 엇박자를 냈다.
정부는 뒤늦게 ‘차세대 시스템 안정화 추진단’을 구성했다. 현장점검에 나섰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지난 21일에는 은평구청을, 24일에는 세종시청을 방문해 업무처리 애로사항을 들었다.
취약계층, 담당 공무원이 겪는 불편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정상화 시점을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다”며 “시스템 안정화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이후 소급적용, 피해 입은 국민에 대한 손해배상을 차질 없이 이행할 것”이라고 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