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이 20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마이크로시어터에서 열린 2022 아메리칸 뮤직 어워즈(이하 AMAs)에서 5년 연속 수상했다. 지난해 아시아 가수 최초로 대상을 받은 데 이어, 올해 페이보릿 팝 듀오 오어 그룹과 페이보릿 K팝 아티스트 두 부문에서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방탄소년단은 멤버들 개인 일정으로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대신 같은 소속사 후배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가 데뷔 후 처음으로 AMAs 레드카펫을 밟았다.
5년 간 4번…AMAs 신기록 세운 BTS
방탄소년단은 AMAs와 연이 깊다. 2017년 이 시상식에서 ‘DNA’ 무대를 꾸미며 ‘코리안 인베이전’(Korean Invasion·한국의 문화침공)에 불을 붙였다. 이듬해 K팝 가수 처음으로 페이보릿 소셜 아티스트 상을 받았다. 2019년과 2020년에는 각각 3관왕(페이보릿 소셜 아티스트·투어 오브 더 이어·페이보릿 팝/록 듀오 오어 그룹)과 2관왕(페이보릿 소셜 아티스트·페이보릿 팝/록 듀오 오어 그룹)을 차지했다. 지난해는 활약이 더욱 눈부셨다. 대상에 해당하는 아티스트 오브 더 이어(올해의 가수)를 비롯해 페이보릿 팝 듀오 오어 그룹, 페이보릿 팝송 등 3개 트로피를 가져갔다. 이들은 올해 페이보릿 팝 듀오 오어 그룹 부문에서 4년 연속 수상하며 새 기록을 썼다. 미국 음악 전문 매체 빌보드는 “1974년 AMAs가 시작한 이래 해당 부문 최다 수상 기록”이라고 설명했다.
페이보릿 K팝 아티스트는 올해 새로 생긴 부문이다. 빌보드는 이 부문 신설을 “K팝을 위한 획기적인 조치”라고 봤다. AMAs 측이 K팝의 세계적인 인기를 반영했다는 의미다. 반면 해당 부문이 유리천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중 투표에 강한 K팝 가수를 따로 경쟁시켜 주요 부문 진출을 막으려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다. 다만 김도헌 대중음악평론가는 “방탄소년단이 K팝과 팝 부문에서 동시에 수상한 점을 고려하면, 페이보릿 K팝 아티스트 부문이 K팝 가수를 북미에 알리는 순기능이 클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BTS 이후의 ‘코리안 인베이전’
방탄소년단이 뚫어놓은 미국 진출 가도는 후배 K팝 그룹에게도 탄탄대로 역할을 하고 있다. 소속사 직속 후배인 투모로우바이투게더는 올해 AMAs 레드카펫을 처음 밟았다. 가요계에선 “차세대 슈퍼스타가 될 가망성을 높게 평가받은 것”(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멤버들은 레드카펫 인터뷰에서 “미국 시상식에 온 것은 처음이라 긴장되고 흥분된다. 멋진 가수들과 한자리에 서서 영광”이라며 “다음에는 AMAs에서 공연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현재로서 방탄소년단을 제외하고 미국 3대 음악 시상식 수상이 가장 유력한 팀은 단연 그룹 블랙핑크다. 이들은 지난 8월 VMA에서 베스트 K팝과 베스트 메타버스 퍼포먼스를 수상하고, ‘핑크 베놈’ 무대도 선보였다. 최근 독일에서 열린 MTV 유럽뮤직어워즈에서도 베스트 K팝, 베스트 메타버스 퍼포먼스를 수상했다. 이들은 내년 2월 열리는 제65회 그래미 어워즈에 후보 등록을 요청했지만 후보로 지명받진 못했다. 현지 언론들은 “그래미가 블랙핑크를 무시했다”(이뉴스), “블랙핑크는 세계에서 가장 흥미로운 음악을 들려주는 가수 중 하나인데도 (그래미 어워즈에서) 배제됐다”(롤링스톤)고 비판했다.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월드투어 규모, 해외 관심도 등을 고려하면 블랙핑크는 이미 슈퍼스타”라며 “방탄소년단을 제외한 K팝 가수 가운데 미국 3대 음악 시상식에서 수상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내다봤다. 김도헌 평론가는 “블랙핑크·세븐틴·트와이스 등 페이보릿 K팝 아티스트 부문 후보들 모두 이미 해외 시장에서 주목받는 팀”이라며 “다른 K팝 그룹들도 음악적으로 좋은 성과를 내면 미국 주요 시상식에서 얼마든지 상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은호 기자 wild3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