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폐소생술은 학교에서 배웠죠! 사람이 많은 곳에선 어떡하냐고요? 그건 안 배웠는데…피해야겠죠?” (초등 6학년 김모양)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해밀톤호텔 옆 골목 일대에서 많은 인파가 좁은 골목길에 몰려 압사 사고가 발생해 사망자 158명, 부상자 197명이 발생했다. 이중 학생 사망자는 6명, 부상자는 초등학생을 포함해 7명으로 집계됐다.
교육부는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안전 교육을 확대하기로 했다. 학교급별 교육과정 편성·운영 기준에 체험 중심 안전교육을 관련 교과와 창의적 체험활동과 연계해 운영하는 등의 내용이 2022 개정 교육과정 행정예고안에 담겼다. 현재 개편 중인 ‘학교안전교육 7대 표준안’에도 군중 밀집장소에서의 안전수칙 등을 추가해 개편한다.
그러나 당장 학교 현장에선 사회적 참사를 받아들이고 군중 밀집 상황에서의 안전 의식을 기르는 교육이나 지도가 제대로 되고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울 양천구의 초등 3학년 전모양은 “학교에서 사람이 많이 모인 장소에서 ‘어떻게 행동하라’고 배운 적은 없다”며 “심폐소생술 교육도 이태원 참사 이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기도 광명의 초등 6학년 임모양도 “교육이라기보단 ‘이태원에서 참사 당시 무슨 일이 있었고 이런 일이 있었으니 조심하라’는 이야기 정도만 있었다”고 했다.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의 초등 6학년 김모양도 “아침 조회 때 흘러가듯 이야기 나온 정도”라고 말했다.
학부모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초등 6학년 자녀를 둔 이모씨는 “뉴스에선 이태원 참사 직후 안전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매일 떠들어 댔는데 정작 학교에선 이런 위험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아직 언급도 없었다고 하니 실망스럽다”고 했다.
초등 2학년 자녀를 둔 박모씨는 “심폐소생술 교육도 참사 직전에 받은 게 전부”라며 “이태원 참사를 계기로 더 안전교육을 받은 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사실 교사들이 안전교육을 실시할 때 참고할 수 있는 자료도 많지 않다. 학교 안전 교육 활성화를 위해 교육부가 개발한 7대 안전교육 표준안 자료가 ‘학교안전정보센터’의 생활안전 내 다중이용시설의 안전수칙에 올라있지만 그마저도 내용이 아쉽다.
학교안전정보센터에 이태원 참사 이후인 지난달 31일 게재된 소방방재청(현 소방청) ‘공연, 행사장 안전매뉴얼’은 무려 지난 2006년에 제작·배포된 내용이다. 또 다른 게시물은 행정안전부가 지난해 제작한 ‘지역축제장 안전관리 매뉴얼’이다. 그마저도 학생 중심이 아닌 주최자 중심 매뉴얼로 학생 교육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교육부는 지난해 학교안전정보센터 홈페이지 개편을 알리는 자료에서 “교사와 학생들이 안전교육자료를 쉽고 편리하게 찾아 활용하고 안전교육 내실화를 도모하기 위해 개편했다”며 “기존의 노후한 자료를 선별해 정비하고 관련 정부 부처 및 공공기관 등이 보유한 신규 안전교육자료와 재난상황 대응 지침(매뉴얼)을 탑재·제공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지 한 달이 돼가는데도 군중 밀집 안전과 관련해 교사·학생들을 위한 자료는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셈이다.
교육부는 군중 밀집 상황 등 생활 속 안전사고에 대해 연내 학교 안전교육을 보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난 3월부터 개정 작업에 들어간 ‘학교안전교육 7대 표준안’에 관련 내용이 담길 예정이며, 이후 학교안전정보센터에도 배포된다는 게 교육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표준안이 완료되기 전까지 교육부가 안전교육에 손 놓고 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 관계자는 “(이태원 참사 경우는) 실내 공연, 대규모 스포츠 행사 (매뉴얼과는) 좀 다른 부분이 있어 전문가 검토를 받은 이후 교육자료로 안내를 해야 할 것 같다”며 “학생들에게 올바르고 정확한 내용이 안내가 돼야 하기 때문에 전문가 검토 등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임지혜 기자 jihye@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