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의 목소리도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해요”
10대 정치 토론 커뮤니티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 청소년의 말이다.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선거연령이 만 18세로 하향 조정되면서 10대들의 정치참여가 점차 수면위로 드러나고 있다.
10대 청소년들은 페이스북과 카카오톡 오픈 채팅, 카카오톡 그룹 채팅 등을 통해 의견을 교류했다. 이들은 자신의 목소리가 세상에 닿길 바란다는 의지를 내보였다. 기성정치의 답답한 부분에 대해서 강하게 질타하는 등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청소년들이 정치를 논의하는 카카오톡 오픈채팅에서는 사회적으로 큰 사건이 주로 언급됐다.
지난 27일 카카오톡 내 청소년 정치 토론 오픈채팅방에서는 ‘이태원 참사’의 정부의 대응능력과 여야의 반응, 사법리스크를 두고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이들은 특정 정당에 구애받지 않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A군(17)은 이태원참사를 두고 “이태원 참사 장관의 말이 웃김. 내 책임 아니라는 게 말이냐”며 “이거(이태원참사)가지고 싸우는 정치인들도 노답이다”라고 적었다.
B양(18)은 사법리스크에 관해 “모든 정치인이 문제가 생기면 자신은 관련이 없다고 말한다”며 “모든 정치인이 국민을 위한다고 하는데 지켜진 적이 있냐”고 비판했다.
‘또래문화’를 가진 10대 청소년
취재 과정에서 ‘또래문화’를 확인할 수 있었다. 광고와 외지인 등을 막기 위해 10대와 관련된 인증이 필요한 곳도 있었으며 일부 모임에서는 10대를 제외한 사람을 받지 않기도 했다.
신원 확인을 위한 학교 인증을 비롯해 정치 성향을 요구한 곳도 있었다. 커뮤니티 내 공지와 규칙에는 상대에 대한 인신공격과 도 넘은 비판을 하지 않도록 했다. 주장에는 근거를 붙여달라는 내용도 있었다.
쿠키뉴스가 만난 10대들은 정치와 관련된 이슈를 접하는 방법으로 커뮤니티와 친구를 언급했다.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C군(16)은 “유난히 그런 부분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이 공유를 해준다. 포털사이트에서 눈에 띄는 내용들이 보이면 클릭해서 확인한다”며 “주로 사용하는 커뮤니티에도 큰 사건에 대해 글을 올리는 사람들이 있어 이를 통해 알게 된다”고 전했다.
신문이나 잡지, TV 등을 이용하는지 묻자 D군(18)은 “논술준비나 대입 입시를 위해서 신문을 읽고 있지만 주로 접하는 창구는 인터넷이 많다”며 “뉴스를 별도로 찾아보기보다는 큰 사건을 검색해서 내용을 파악한다”고 설명했다.
카톡 오픈채팅, 페북 그룹은 10대 소통창구
10대의 정치 목소리의 확대는 인터넷 이용과 스마트기기의 활용이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이후 비대면도 그 이유 중 하나다. 10대들이 주로 이용하는 커뮤니티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과 페이스북 그룹이다.
대학내일 20대연구소의 지난 2021년 발표한 ‘연령별로 살펴보는 온라인 커뮤니티 이용행태’ 보고서를 살펴보면 10대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커뮤니티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이 62.9%, 페이스북 그룹 37.1%, 포털 기반 카페 커뮤니티 25.8%, 자체 웹사이트 커뮤니티 8.1%, 대학 커뮤니티 에브리타임 4.8%, 직장인 커뮤니티 블라인드 4.8%, 대학교 내 자체 커뮤니티 3.2% 순으로 나타났다.
10대 청소년들은 스마트폰을 이용한 생활이 보편화 돼 있다. 통계청과 여성가족부가 2021년도 발표한 ‘청소년 통계’를 살펴보면 ‘스마트폰 주 이용 콘텐츠’ 응답에서 메신저 활용 98.3%, 영화·TV·동영상 98.2%, 학업·업무용 검색 96.6%, 게임 96.5%, 관심사 검색 95.2%, 음악 91.1%, 상품과 서비스 검색 85.1% 순으로 나타났다.
청소년들의 정치와 사회참여 의식은 과반이 넘는 등 높은 수준을 보였다. ‘청소년도 사회와 정치문제에 관심을 갖고 의견을 제시하는 등 사회문제 참여할 필요성’에 대한 찬반을 묻자 그렇다가 87.3%(매우 그렇다 31.6%, 그런 편이다 55.7%)로 그렇지 않다 12.7%(전혀 그렇지 않다 3.2%, 그렇지 않은 편이다 9.5%)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10대 청소년 정보 통로의 변화
전문가들은 청소년과 기성세대는 정보 통로가 다르다고 분석했다. 청소년 정치참여 확대의 근거로 통신수단을 꼽았다. 다른 이유로는 일반 커뮤니티의 ‘이념 성향’ 거부감을 주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29일 본지와 통화에서 “청소년들은 기존 세대와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다. 디지털 네이티브(태어날 때부터 전자기기를 다루는 세대)라고 봐야 한다”며 “정보에 접근하는 통로가 기존과 매우 다른 양상을 보인다”고 말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도 “과거에 선거와 정당에 가입해서 외곽단체서 정치적 얘기를 했다”며 “통신수단의 발전으로 청소년에게 정치참여 수단이 발전했다. 이 때문에 정치가 보편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기성 정치의 문법에서 벗어나는 소통방식이다. 세대에 따라 달라지는 게 정상”이라며 “10대 청소년의 소통 문화가 다음 정치로 가는 이행기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