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11일부터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 실태조사에 불응하는 사업주에게 최대 1억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29일 국무회의에서 직장어린이집 설치 여부를 확인하는 실태조사에 응하지 않는 사업주에 1차 위반 시 5000만원, 2차 이상 위반 시 1억원의 과태료가 부과하는 영유아법 시행령이 의결됐다.
현행 영유아보육법에 따르면 상시 여성 근로자 300명 이상 또는 상시 근로자 500명 이상을 고용하고 있는 사업장은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할 의무가 있다.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 사업장은 직장어린이집을 직접 설치・운영하거나, 사업장 근로자의 자녀가 이용하는 개별 어린이집과 위탁보육 계약을 맺는 방식으로 설치의무를 이행할 수 있다.
이번 법안 개정으로 실태조사 자체에 불응한 사업장에 명단공표 말고는 제재가 없어 이행 강제력이 부족했던 문제가 개선될 수 있을 전망이다. 정부는 “직장어린이집 설치의무 실태조사 자체에 불응한 사업장에 대해서도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게 되어 직장어린이집 설치의무의 이행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직장어린이집 설치 이행률은 4년 연속 9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직장어린이집 설치의무 이행률은 90.9%다. 설치의무 대상 사업장 1486개소 중 1351개소가 직장어린이집을 설치하거나(1016개소), 위탁보육(335개소)을 통해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일부 사업장들은 여전히 몇 년째 이행강제금을 내며 버티고 있다. 의무 미이행 사업장에 대한 이행강제금은 1년에 2회, 매회 최대 1억원까지 부과 가능하다.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에서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직장어린이집 설치 이행 현황’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사업장 1486개소 중 의무를 이행한 사업장은 1351개소, 미이행한 사업장은 135개소였다.
최근 5년간 총 15개소 사업장이 의무 미이행으로 2회 이상 이행강제금을 납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행강제금을 매년 부과받고도 끝까지 설치 의무를 ‘나 몰라라’ 하는 사업장도 있었다. 기업 ‘다스’와 ‘에코플라스틱’은 2017년부터 5년간 이행강제금이 각각 10건씩 부과됐다.
뿐만 아니다. 직장어린이집 미설치 사업장에 대한 명단 공표제도가 허점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복지부는 매년 5월 말, 직장어린이집 설치의무 미이행 사업장과 실태조사에 불응한 사업장을 공개한다. 2개 이상 일간지 게재 및 복지부,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 1년간 게시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직장어린이집 설치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곳 가운데 실제 명단 공개 대상에 포함되는 비율은 17%에 그쳤다. 공표 제외사유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명단 공표 제외 사유는 △설치대상이 된 지 1년 미만 △직장어린이집 설치 계획을 수립하여 건축비용의 일부를 집행 등 설치 중인 경우 △상시근로자의 특성상 보육수요가 없거나 명단공표 심의위원회에서 명단공표가 필요하지 않다고 인정하는 경우 3가지다.
이 가운데 ‘설치 중’은 사업장에 좋은 핑계거리가 된다. 최근 3년 동안(2019~2021년) 어린이집을 설치하지 않고도 명단 공개 대상에서 제외된 10개 사업장 중 8곳이 3년째 설치 중이라는 이유를 댔다. 모범을 보여야 할 국가기관도 다수 포함됐다. 기상청, 육군본부 등이 3년 연속 명단 공표에서 제외된 미이행 사업장에 이름을 올렸다.
이를 두고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고용노동부와 복지부가 국가기관을 봐주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또 “명단 공표의 기준이 오락가락이면 그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운 것은 자명하다”며 “기업들에게 법 준수를 당부하기 전에 정부부터 제도 운용의 허점을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직장어린이집 실태조사를 담당하는 육아정책연구소의 김동훈 연구위원은 “기상청의 경우 예산 확보까지 됐는데도 대전 청사 이전으로 보류가 됐다”며 “육군본부 등 다른 국가기관 역시 소명자료를 다 제출했고 합리적인 사유로 인해 예외사항으로 인정이 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위원은 “그동안 대형 물류센터의 경우 일용직, 단기 근로자가 많다는 물류직 특수성을 인정했는데 내년부터는 예외 사항으로 인정하지 않고, 명단에 공표하기로 결정했다. 직장어린이집을 꼭 직접 설치·운영할 필요 없이 위탁보육도 인정하고 있고, 물류센터라도 위탁보육은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 봤기 때문”이라며 “복지부와 심의위원회도 명단 공표 예외 사항을 계속 줄여나가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