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마스크 해제 놓고 전문가 “단계적 완화를”

실내마스크 해제 놓고 전문가 “단계적 완화를”

시민들 “시기상조” vs “자율에 맡기자”

기사승인 2022-12-15 16:58:11
서울 아침 최저기온이 -9.4도까지 내려간 지난 1일 시민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오는 23일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완화 기준 발표를 앞두고 방역당국이 전문가 공개 토론회를 열었다. 

질병관리청은 15일 오후 3시부터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코로나19 대응 방향’을 주제로 전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는 질병청 유튜브 채널 '아프지마TV'를 통해 일반에 생중계됐다.

전문가들은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유행은 끝나지 않았다면서 마스크 착용 의무 완화는 마스크를 벗자는 메시지가 아닌 ‘자율 권고’라고 강조했다. 일상 회복을 위한 전제 조건은 대부분 만족하고 있지만 다만 사회적 합의는 아직 부족하다고 봤다.

정부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완화 기준을 발표할 때, 특정 조건과 시기를 못 박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또 방역당국이 피로감이 높은 국민에 명확하고 일관된 메시지로 소통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다.

정부는 내년 1월 말 이후, 늦어도 3월 사이 현 7차 유행이 감소세로 접어들면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를 완화할 수 있다며 시점을 정해놓은 상태다.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완화 논의는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도지사가 시도 자체적으로 의무를 해제하겠다는 입장을 내면서 급물살을 탔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내년 1월 말쯤 의무화 조치가 해제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백경란 질병관리청장 역시 착용 의무 해제 시점을 이르면 1월, 늦어도 3월로 제시했다. 

질병관리청.

유행 상황 안정화·병상 예비율·중증화율 기준 제시

이날 정재훈 가천대학교 예방의학과 교수가 일상 회복 조건과 마스크 착용 권고와 관련해 발제에 나섰다. 정 교수는 현재 전 국민의 97% 이상이 기초 면역을 획득했고, 유행이 거듭될수록 규모가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0만건당 사망률도 우한 원형에 비해 오미크론 BA.5가 약 1/20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불확실성으로는 백신 접종, 재감염, 지속적 변이 등장으로 유행 예측이 어렵다는 점을 들었다. 

정 교수는 이를 바탕으로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향후 3~5개월 주기 유행이 반복될 수 있다”면서 “오미크론 대유행 이후 지속적으로 유행의 크기는 감소하고 있고 완만한 증감, 다양한 변이주의 경쟁 등 과거와는 다른 유행 패턴이 나타난다”고 내다봤다.

정 교수는 유행 상황 안정화와 충분한 병상 예비율, 중증화율 및 입원율을 증가시키는 신규 변이 확산 여부 등을 전환 기준으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거리두기 조정처럼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도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봤다. 1차적으로 의료기관·약국·사회복지시설·대중교통 등을 제외 권고로 전환한 뒤 동절기 유행이 경과하는 경우 연령별(영유아) 착용을 권고로 전환하는 단계별 조정 방식이다.

질병관리청.

“전제조건 비교적 만족하지만…사회적 합의는 아직”

현재 쟁점 중 하나인 영유아 마스크 착용에 대해서는 영유아들에 대해 마스크 착용 의무화가 효과가 있고, 착용 의무화로 인한 피해가 없다는 주장에 대한 명확한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짚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경우 6세 미만은 마스크 착용이 불필요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유럽 CDC는 WHO 기준을 따르고 있고, 미국 CDC는 2세 미만은 마스크 착용을 미권장한다. 영국 HAS는 3세 미만은 안전상 이유로 마스크 착용을 미권장하는 상황이다.

정 교수는 마스크 착용 의무 조정 시 고려할 사항에 대해 특정 시기, 조건 명시는 불확실성 및 소통 어려움을 가중 시킨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코로나19 유행 안정화, 사망자.중환자 추세 안정화, 타 호흡기 바이러스 유행 안정화 등 전제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특정 시기가 나타나기 어려울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또 연령별 제한 등의 조정은 시설, 착용자에 대한 조정으로 대체하는 등 지나치게 복잡한 로드맵을 지양하고, 장기적 평가 지표를 보완할 것을 주문했다.

일상 회복과 관련해서는 유행 규모 및 치명률 감소, 일상 의료 체계 작동 등 대부분의 전제 조건은 만족하고 있지만, 사회적 위험 인식에 대한 차이로 합의와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질병관리청.

이재갑 교수 “감염병 재난 발생시, 공공·민간 균형적으로 동원해야”

이재갑 한림대학교 감염내과 교수는 “전세계적으로 마스크 착용 의무가 사라진 국가가 많지만 그렇다고 마스크를 다 벗고 다니는 게 아니다. 자율적으로 마스크를 착용하는 이들이 많다”며 “또 식당에서도 실내가 아닌 실외 자리에서 식사를 하는 등 가급적 실외 활동을 늘리고 실내에서 마스크를 벗고 있는 것을 자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대응 체계 개편에 대해 이 교수는 코로나 유행 초기에는 공공기관의 병상 담당 비율이 높았지만 올해 초부터는 중증, 준중증 병상 80% 수준을 민간의료기관에서 지속 담당했고, 중등증 병상은 약 60%를 공공기관에서 담당했다는 분석 결과를 내놨다. 

또 일반병상은 국가지정격리병상 개념에서 제외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초기 병상 확보 때부터 공공과 민간을 균형적으로 동원해야 한다. 특히 공공의료기관 필수 의료 업무는 보존할 수 있는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난 상황에서 민간, 공공의료기관 병상은 언제든 동원가능하도록 법제화하고, 이에 대한 정부 재정 지원이 중요하다고도 강조했다.

이 교수는 “코로나19 유행 시기에는 중수본과 지자체가 협의해 환자 병원배정을 결정했다”면서 “중앙감염병전문병원과 권역감염병전문병원 설치가 완료되면 중수본 지휘하에 환자 배정업무를 감염병전문병원으로 이양할 필요가 있다”고도 했다.

질병관리청.

국민과 소통은 어떻게?…“조율되고 정제된 메시지 필요”

보건당국이 국민을 상대로 코로나19와 관련, 어떻게 소통하면 좋을지에 대한 전문가 제언도 이어졌다. 유명순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교수는 유행 장기화로 코로나19 심각성 인식이 낮아졌고, 방역 정보, 행동에 대한 피로감이 방역 의향과 실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짚었다. 

의무화 조정시 방역당국은 △의무화 조정 여부 자체에 초점이 가지 않도록 조정 이후 코로나19 감염 상황이 변할 경우 어디에 주목해야 하는지 사전 설명과 안내가 필요하고 △거리두기 조치처럼 시설 중심의 지침을 탈피해 보다 개인의 상황, 행위에 초점을 둘 필요가 있고 △의무화 조정 이후에도 조사를 통해 누구부터, 어떤 상황부터, 어떤 속도로 마스크 착용 실천에 변화가 나타나는지 파악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 의무화 조정 시에는 관련 정보 제공의 균형성과 투명성, 의사 결정 기준의 예측 가능성, 국민과 건강 취약층의 건강 보호라는 방역 목표의 일관성, 그리고 조율되고 정제된 메시지와 발언으로 불확실성이 주는 피로감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시민들 “아직 일러” vs “이젠 벗을 때”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강모(35)씨는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반등하고 있고 앞으로 유행세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다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강씨는 “코로나가 아직 끝나지도 않고 확진자 추세도 여전하다”며 “거리두기 조치도 모두 사라진 상황에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까지 없어지면 방역당국이 코로나19 확산을 컨트롤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부 지침과는 별개로 앞으로도 계속 마스크 착용을 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울 종로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최모(31·여)씨는 “지난 2년간 마스크를 썼기 때문에 이제는 안 쓰면 어색하다”면서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더라도 실내에서나 실외에서나 되도록 마스크를 쓸 것”이라고 했다. 

경기도 화성시에 사는 정모(27)씨는 “마스크 착용뿐만이 아니라 방역 수칙에 대한 피로감이 높다”면서 “대중교통, 병원 같은 곳에서만 쓰는 걸로 하고 나머지는 자율에 맡겼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설문조사에서도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에 찬성하는 사람이 반대하는 사람보다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9월 서울대 유 교수 연구팀이 조사기관 케이스탯리서치와 공동 만 18세 이상 전국 거주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코로나19 인식조사’ 결과 응답자 55%가 실내마스크를 해제할 수 있다고 답했다.

다만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돼도 주변인들 분위기에 따라 결정하거나 계속 착용하겠다는 응답이 많았다. ‘내 의지보다는 주변과 소속 집단 분위기에 맞추게 될 것’(30.7%)과 ‘해제 여부와 별개로 나는 계속 실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할 것’(30.4%)이 비슷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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