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일대 빌라와 오피스텔 1000채를 넘게 보유하다 사망한 빌라왕 김모씨와 유사한 사건이 지속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 대처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8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에 따르면 갭투자를 통해 인천 미추홀구 등지에 빌라와 오피스텔 수십 채를 보유하던 송모(27)씨가 지난 12일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송씨가 숨지며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세입자가 속출하고 있다. 앞서 지난 10월에도 수도권에 빌라 1139채를 보유한 김모씨도 급사하며 피해자가 수백명에 달하고 있다.
전세사고 피해자들은 정부에 적극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빌라왕 김모씨 임차인모임 대표 배소현 씨는 지난 27일 세종시 어진동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국토부,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지난 주일 간담회에서 피해 임차인과 적극적인 소통을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연락도 오지 않았다”며 “어떤 방법으로 피해 임차인들과 소통을 진행할지 의심이 남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빌라왕 피해자 절반은 전세금반환보증보험에 가입하지 못해 경매로 피해를 구제해야 한다”며 “이마저도 경매 일정이 지연되고 선순위로 잡힌 임대인 김 씨의 미납세금 때문에 보증금 절반 이상을 보전받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B씨도 지난해 7월 240채를 보유하던 임대인 정 모 씨의 사망으로 보증금을 되찾지 못했고 호소했다. B씨는 “임대인을 고소했지만 사망에 따른 공소권 소멸로 수사 자체를 진행할 수 없어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전세사고 피해는 더 커질 전망이다. 지난 12일 빌라 수십채를 보유하던 송씨도 숨졌다. 임차인들이 송씨에게 돌려받아야 할 보증금 규모는 1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더욱이 송씨는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임대보증금 보증보험 마저 가입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그가 보유한 주택 중 HUG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에 가입된 주택은 단 50여채다. 전세보증금 반환보험에 든 임차인 일부는 상속 대위등기 절차를 거쳐 보증금을 반환받았으나 40여채는 아직 임대 기간이 끝나지 않았다.
이에 전세피해 임차인들은 △정부 태스크포스(TF)팀과 피해자 대표단 간 핫라인 개설 △악성 경제사범에 대한 검찰의 신속하고 정확한 조사 △임차인에게 악성 임대인 보유 주택의 공지 의무화 법안 △주택 매입 사전 심의 강화 △피해자 전세자금 대출 연장 등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조유정 기자 youju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