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존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오미크론 하위 변이 중 전염성과 면역 회피력이 가장 강하다고 알려진 XBB.1.5가 미국에서 무서운 속도로 확산하고 있다. 한국에도 유입된 상태다. 전문가들은 2가 개량 백신과 치료제가 있어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지만, 방역 당국이 변이 바이러스를 면밀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4일(현지시간) XBB.1.5에 대해 “지금까지 발견된 것 중 가장 전염성 높은 하위변이”라고 평가했다. XBB.1.5 변이는 ‘스텔스 오미크론’으로도 불렸던 BA.2에서 파생된 XBB 하위 변이다. XBB는 지난해 8월 인도에서 처음 확인된 후 싱가포르의 재확산을 주도했다. 증식이 빠를 뿐 아니라 완치자나 백신 접종자 체내에 생성된 항체를 무력화시키는 면역 회피 능력도 강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XBB.1.5는 지난해 10월 미국 뉴욕에서 처음 발견됐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의 앤드루 페코스 박사는 XBB.1.5가 다른 변이에 비해 스파이크(돌기) 단백질에 돌연변이가 많아 면역 회피력이 더 높다고 분석했다. 기존 백신을 쉽게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우세종화를 앞두고 있다. 지난달 31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달 신규 확진 중 오미크론 하위 변이 XBB.1.5 감염 비율은 4%에서 40.5%로 급증했다. 미국 동북 지역에서는 신규 확진자 75%가 이 바이러스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은 현재 확진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1일 기준 미국의 최근 일주일 평균 코로나19 하루 입원 환자는 4만4243명으로 2주 전보다 7% 증가했다. 중환자실 입원 환자도 같은 기간 평균 5303명으로 2주 전보다 11% 늘었다.
XBB.1.5는 국내에도 상륙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XBB.1.5 변이는 지난해 12월8일 처음 확인됐다. 이후 총 13건(국내 6건, 해외유입 7건)이 검출됐다. 12월4주 기준 국내 XBB.1.5의 감염 검출률은 0.2%다. 현재 국내 코로나19 유행세를 살펴보면, 유행을 주도하는 오미크론 변이의 하위 변이 종류가 뒤바뀔 조짐이 보이고 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우세종인 BA.5 변이 검출률은 38.2%로 전주 대비 7.9%P 줄었다. 대신 BN.1 변이 등 새 변이 비중이 늘고 있는 상태다.
한국에서도 XBB.1.5 감염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지만 반드시 중증 증가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또 현재 접종 중인 2가 백신이 오미크론 하위 변이를 겨냥해 만들어진 만큼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질병청은 전날 정례브리핑을 통해 “XBB.1.5의 상위계통인 XBB 및 XBB.1은 항바이러스제에 대해 여전히 동등한 유효성을 보이고 BA.5 포함 2가 백신에도 기존 오미크론보다는 다소 감소하지만 여전히 유효한 중화능을 보인다”며 “그 하위계통인 XBB.1.5도 항바이러스제 및 백신에 유사하게 반응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정기석 코로나19 특별대응단장 겸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은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현재 나라마다 우세종이 다 다르다”며 “XBB.1.5가 한국에 들어온 지 한 달이 넘었는데, 국내에서도 점유율을 높일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단 한번 국내에 유입됐다면 확산을 막을 수는 없다. 다만 기존에 형성된 면역력, 2가 백신, 치료제가 있기 때문에 미리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 면서 “방역당국은 변이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을 하는 것과 동시에, 2가 백신을 공급하는 화이자나 모더나사에 새 변이에 대해 얼마나 효과가 있는지 연구 결과를 제공해달라고 지속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미국에서 들어오는 변이 보다는 앞으로 한 두달 정도 계속 코로나19 상황이 심각해질 것으로 보이는 중국에서 들어오는 변이를 보다 걱정해야 한다”면서 “중국 내 상황이 잠잠해질 때까지는 관광목적으로 오는 단기체류자 입국을 좀 자제할 수 있도록 외교적인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제언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