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에 지난 2018년 4월 한 회사가 혜성같이 나타났다. 전북도청과 전북경찰청, 전주 KBS 등 현대식 건물과 조경으로 둘러싸인 금싸라기 땅으로 손꼽히는 서부신시가지 대한방직 방적공장 자리에 말이다.
2000년 초부터 본격 개발돼 전북도 행정과 젊은이들의 유흥 중심지로 자리 잡기 전까지, 서부신시가지는 넓게 펼쳐진 논과 밭에 1970년대 지어진 공장 만 자리한 한적한 지역이었다.
그러나 전주시가 확장되면서 100만평에 이르는 이곳은 행정기관이 앞장서 이전을 추진하면서 상전벽해(桑田碧海)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고층 현대식 건물의 집합체가 되었다.
사람이 살아가는 도시는 어두운 그늘도 자리 잡기 마련이다. 50년 전 지어진 낡은 공장의 퀴퀴하고 을씨년스럽고, 방적기계 돌아가는 소리에 일반인의 접근이 어려운 이곳이 서부신시가지의 한복판을 차지하게 됐다.
7만여 평의 넓은 공간에 조경과 수목을 관리하는 회사가 있고, 출퇴근 시간에 맞춰 사람들이 들락날락하며, 축구장의 잔디밭이 주변 고층 빌딩들의 삭막함과 현대인의 번뇌를 완화 시켜주기도 하지만···. 눈먼 돈에 대한 인간의 탐욕은 끝이 없고, 입방아 좋아하는 이들은 지옥의 끝이라도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한다. 그 지점에 자광이라는 회사가 등장했다.
느닷없이 ‘높이 430미터, 143층에 이르는 초고층 타워’, ‘2조 5천억원의 투자’라는 화려한 사업설명회를 앞세워 자광은 전주시민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나날이 거세지는 인구와 산업의 수도권집중과 지방의 침체, 저개발에 주눅 들어 있는 전주시민들에게 나 보란 듯 말이다.
“저 회사는 뭐야? 과연 143층 타워를 지을 수 있을까?” 라는 시민들의 의구심과 설왕설래를 뒤로하고, 어떤 이들은 전주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무조건 자광의 계획대로 전주시나 전라북도가 도시계획을 변경해 줘야 한다고 강변하기도 했다.
국가 균형발전에서 소외된 전주지역에서 생활하며 몇몇 이들의 개발에 대한 일방적인 환상의 감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전주시장이나, 전북도지사가 자광의 앞에 서서 지역발전을 위해, 투자 유치를 위해 도시계획을 변경해주겠다는 지금 상황은 오히려 지역 발전을 가로막는 무책임한 행정의 본보기가 될 수 있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자광과 특수관계(상호 지분투자 등)에 있는 회사들만 10여개로 추정된다. 그런데 이 회사들은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직원을 고용해 재화와 용역을 생산하고 시장에 제공해 이익을 얻고 회사를 유지하는 일반적인 회사의 범주에서 벗어난다.
제이엘유나이티드, 엠제이파트너스, 스페이스 자광, 자광건설 등 이들 회사의 주된 목적은 적당한 땅을 싸게 매입해 아파트와 오피스텔, 쇼핑몰을 지어 분양하는 사업을 주로 한다.
당초 목적한 분양이 끝나고 이익이 달성되면 언제든 청산이 될 수 있는 일회용 기업이다. 시민들이 이해하기 쉽게 말하면 재개발, 재건축 조합과 비슷한 형태로 볼 수 있다.
이들 회사의 재무상태도 의문투성이다. 회사가 오래 유지되려면, 적정한 금액의 자기자본이 유지돼야 한다. 그런데 이들 회사는 자본금은 3억원(엠제이파트너스, 스페이스 자광), 5억원(제이엘유나이티드, 자광건설), 15억원(자광)인데 반해, 빚(부채)은 각 회사별로 수천억원대에 이른다.
2021년 말 기준 부채금액을 살펴보면 제이엘유나이티드 4,010억원, 스페이스 자광은 1,989억원, ㈜자광은 3,000억원 정도이다.
빚으로 땅을 사서, 빚으로 건축하고, 빚으로 분양하는 일회성 빚잔치 기업들인 것이다.
이런 우려에서도 대한방직 전주공장 부지 개발계획은 우범기 전주시장이나 김관영 전북도지사가 얘기하는 지역발전이나 투자 유치가 아닌 빚잔치 폭탄이 될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관련 칼럼은 다음에 이어서 연재합니다)
글/이문옥 전주시민회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