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장병원·면허대여약국 빼간 건보재정, 되찾을 수 있을까

사무장병원·면허대여약국 빼간 건보재정, 되찾을 수 있을까

기사승인 2023-01-13 07:00:08
한 대학병원 내부.    쿠키뉴스 자료사진

건강보험 재정을 갉아먹는 사무장병원과 면허대여약국 등 불법 개설 기관에 대해 정부가 단속 고삐를 죄고 있다. 정부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임직원에게 의료기관 불법 개설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을 부여하는 특별사법경찰권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이달 중 건보 지속가능성 제고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복지부는 지난 9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이 같은 내용이 담긴 2023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을 보고했다. 제고 대책에는 자기공명영상(MRI)·초음파 등 보장성 강화 항목을 재점검하고 과다 이용자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등 지난해 공청회를 통해 발표된 바 있는 재정 누수 방지책들이 담길 예정이다.

지난 10년간 환수한 금액 2100여억원…징수율 6.79%

국민이 낸 건보료가 새는 원인은 여러 가지다. 특히 불법 개설 요양기관이 불법 청구 등 방법으로 타간 금액은 매년 수천억원에 달한다. 건보공단 ‘연도별 불법개설기관 환수결정 및 징수현황’ 자료를 보면 2009년부터 지난해 10월 말까지 13년간 사무장병원 등이 과잉 진료와 허위 부당 청구로 타낸 요양급여액 중 환수 결정한 금액은 3조1731억 800만원(불법 개설기관 1670곳)이다. 기관별로는 요양병원 1조734억3700만원, 약국 5677억2000만원, 의원 4604억3900만원 등의 순이었다. 이마저도 당국에 적발되지 않은 불법개설 기관까지 감안하면 규모는 훨씬 커질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의료기관이나 약국은 의사 또는 약사가 개설해야 한다. 이들 또는 법인의 명의를 빌려 의료기관이나 약국을 개설하는 일은 불법이다. 이 같은 불법 개설 기관들은 사무장병원 또는 면대(면허대여) 약국이라고 불린다. 사무장병원은 수익을 최우선에 놓기 때문에 국민 건강을 위협한다는 점에서 심각한 범죄다. 일례로 지난 2018년 1월 밀양 세종병원에서 화재로 15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해당 병원은 사무장병원으로 운영되며 건축, 소방, 의료 등 환자 안전과 관련한 부분을 외면, 사고를 키웠다는 비판이 나왔다.

문제는 지난 10년간 불법 개설 의료기관에 지급된 급여비 총 3조1731억원 중 환수한 금액은 2154억7700만원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징수율은 6.79%다. 2017~2021년까지 5년간 매해 징수율을 보면 2018년과 2021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5%를 넘지 못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19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보건복지부

수사권 없는 건보공단…뛰는 수사기관 위에 나는 사무장병원

징수율이 낮은 이유는 건보공단에 수사권이 없기 때문이다. 계좌추적이나 공범으로 추정되는 관련자들을 직접 조사할 수 없어 혐의 입증에 한계가 있다. 일선 경찰 수사로는 전문 수사인력 부족한데다 타사건과의 우선순위에서 밀리면서 수사기간이 평균 11개월에서 길게는 3년까지 장기간이 소요된다. 그동안 사무장병원은 폐업을 통해 증거인멸 또는 재산 은닉을 마친다. 실제로 지난 2009년부터 2020년 적발된 불법개설 의료기관 1617곳 중 82.7%인 1297곳이 건보공단의 부당이득 징수처분 전에 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이 납부한 보험료가 줄줄 새고 있는데 이를 막을 방법은 없을까. 지난달 국회에서는 압류가 시급한 경우 기소 시점부터 압류를 허용하는 내용이 담긴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다만 건보공단의 숙원인 특별사법경찰권 권한 부여 법안은 21대 국회를 넘지 못했다. 특별사법경찰은 일반사법경찰이 갖추기 어려운 특수성, 현장밀착성, 긴급성을 요하는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행정공무원에게 수사를 위한 사법경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수사기간을 단축해 재산은닉, 사해행위를 방지할 수 있고 환수율을 대폭 올릴 수 있다는 게 건보공단 입장이다. 21대 국회에서 정춘숙, 서영석 의원 등이 대표 발의했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계류 중이다. 20대 국회에서는 회기 종료로 자동 폐기됐다. 

공단 특사경 이번에는?…복지부도 힘 실어

의료계 반대는 넘어야 할 산이다. 대한의사협회는 비수사전문가에 의한 수사 진행 시 의료인 기본권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8월 의협 의료정책연구소에서는 정책현안분석을 통해 건보공단 특사경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의협 관계자는 “형법 및 형사소송법에 대한 전문적인 이해가 없는 이들에게 건보공단 직원이라는 이유로 제한적으로 쓰여야 할 사법권을 준다면 피해는 불 보듯 뻔하다”며 “특사경 대신 차라리 의료인 단체와 지자체 간 민・관 공조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징수율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건보 재정 건정성을 강조하고 복지부에서도 힘을 실으면서 법안 통과에 대한 기대는 높아지고 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지난달 19일 기자간담회에서 “사무장병원은 불법이기 때문에 반드시 막아야 하고, 부당이익에 대해 환수하는 것이 목표”라며 특사경 제도 도입을 재차 강조했다. 또 같은달 22일 제25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도 특사경 도입이 거론됐다.

건보공단 한 관계자는 “건보공단 직원들은 공무원이 아니라 일선 병원에 현장 조사를 나가더라도 복지부 직원과 가야만 내부 자료를 볼 수 있는 실정이다. 특사경 권한이 부여된다면 내부적으로 갖고 있는 방대한 데이터, 많은 인력을 활용해 징수율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며 “건보 재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 이제는 특사경 법안이 국회 통과가 가능하지 않을지 내부적으로는 일정 부분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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