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의료계가 논의테이블에 다시 앉는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유행으로 논의를 잠정 중단한 지 2년여 만이다.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 확고한 의지를 드러내는 만큼, 논의가 진전될지 이목이 쏠린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는 26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의료현안협의체 간담회를 갖는다. 첫 만남엔 조규홍 복지부 장관과 이필수 의협 회장이 대면하며, 매주 협의체를 개최할 예정이다.
회의에서는 △지역의료 지원책 개발 △필수의료 육성 및 지원 △전공의 수련 환경의 실질적 개선 등이 논의될 계획이다. 복지부는 우선 시급한 현안으로 떠오른 소아청소년과 등 일부 전공의 부족과 지역간 격차 등 필수의료 대책 논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비대면 진료, 의대 증원 등 쟁점 현안 역시 의정협의체에서 논의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지난 9일 새해 업무계획 보고 후 브리핑에서 “비대면 진료 제도화, 의대 인력 확충 등 핵심적인 의료 정책에 대해 신속히 의료계와 협의를 시작하겠다는 말씀도 (대통령에게) 드렸다”고 말했다.
다만 의대 증원 논의가 진전될지는 불투명하다. 의료계 반발이 여전히 극심한 탓이다. 지난 2021년 2월3일 의정협의체 마지막 회의에서도 정부가 ‘의대 정원’ 관련 논의를 꺼내자 반발하며 회의가 잠정 중단된 바 있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20년 7월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 계획’을 공식화하며 의대 정원을 매년 400명씩 늘려 10년간 4000명을 증원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의료계 반발로 무산됐다. 전공의 집단 휴진, 인턴과 레지던트 4년차 무기한 파업, 2차례에 걸친 전국 의사 총파업 등 의료계가 격렬하게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결국 정부가 백기를 들었다. 지난 2020년 9월4일 정부와 의료계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추진을 중단하고 코로나19 상황이 안정화된 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협의하기로 최종 합의했다.
복지부와 의협이 서명한 합의문에는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신설 추진 중단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의정협의체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협의 △주요 의료현안을 의제로 하는 의정협의체 구성 △의협-복지부 간 긴밀한 상호 공조 △의협, 집단행동 중단 및 진료 현장 복귀 등 내용이 담겼다.
합의문 내용에 따라 정부와 의료계는 의정협의체를 구성해 지난 2020년 12월16일 1차 회의를 개최했다. 약 2달간 7차까지 회의가 이어졌지만 끝내 합의를 도출하지 못했다.
특히 지난 2021년 2월3일 열린 제7차 회의에서 정부와 의협이 마찰을 빚으며 논의가 잠정 중단됐다. 당시 복지부 측이 공공의대 설립 등 의대정원 확대 문제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자는 의사를 전달한 탓이다. 의협은 코로나19 안정화 이후 논의하기로 한 9.4 의정합의 정신을 무시했다는 이유로 회의 진행을 거부하며 퇴장했다.
의협은 의정협의체가 2년여만에 재개된 만큼 의료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대책이 논의되길 기대했다. 의협 관계자는 “아산병원 사태나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미달사태 등 의료환경에 대해 조속히 논의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면서 “회의에서 필수의료, 지역의료 공백, 전공의 수련 환경 조성 등에 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의대 증원에 관해선 반대 입장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의대 증원이 부수적인 역할을 할 수 있을지 몰라도 전공의가 연간 3000명이 배출되는데 그중 100명도 소아과를 지원하지 않는 건 그 분야 처우가 특히 열악하기 때문”이라며 “의료계에서 볼 땐 의대 증원은 적절치 않은 해결책”이라고 설명했다.
비대면 진료에 관해서도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그는 “전보다 비대면 진료를 잘 활용해보자는 의견이 많아진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산업적인 이익보다는 환자들의 안전 보장이 더 중요하다. 현재 의료 전달체계를 망가뜨리지 않는 선에서 대책이 있다고 하면 보완해 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의협은 의정협의체 개최 여부가 정부에 달려있다고 보고 있다. 그는 “회의 스케줄도 정확히 정해진 것이 없다. 협의가 원활하게 이뤄질 때 복지부가 기대하는 것처럼 정기적으로 회의가 이뤄질 것”이라며 “복지부와의 협의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면 매주 회의를 개최한다고 장담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