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전 의원의 국민의힘 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이를 바라보는 차기 당권주자들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나 전 의원은 지난 25일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당대표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겠다”며 “당 분열과 혼란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막고 화합과 단결로 돌아올 수 있다면 용감하게 내려놓겠다”고 말했다.
앞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직과 기후대사직에서 해임된 나 전 의원은 대통령실과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나 전 의원이 자신의 해임 결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과 국민을 이간질 하는 참모가 있는 거 같다고 밝혔고 김대기 대통령 비서실장은 이례적으로 이를 반박했다.
김기현 “나경원 결단, 보수통합‧총선승리 밑거름”
당권주자 일부는 나 전 의원의 결정이 안타깝다고 입을 모으며 불출마 결단이 윤 정부 성공을 만들 거라고 강조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의원은 나 전 의원의 결단에 대해 보수통합과 총선승리의 밑거름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지난 25일 페이스북에 “고뇌에 찬 결단에 경의를 표한다”며 “선당후사와 당이 지향할 가치 및 비전을 함께 제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나 전 의원의 희생적 결단에 화답할 차례”라며 “갈등과 분열을 넘어 연대하고 포용하는 화합 정신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황교안 “대승적 용단 높이 평가”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 역시 나 전 의원 불출마에 대해 대승적 용단이라고 평가했다. 황 전 대표는 26일 페이스북에 “어렵고 힘들었던 장외투쟁과 풍찬 노숙, 야당 시절 정권교체를 함께 노력한 가슴 아픈 역사를 기억한다”며 “사람냄새 나는 미더운 동지였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윤 정부 성공 및 나라와 경제를 살리는데 앞장 서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안철수 측 “당황…정치 이지매 있었어”
반면 다른 당권주자들은 나 전 의원 불출마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5일 페이스북에 “나 전 의원이 밝힌 낯선 당의 모습이 당황스럽다”며 “총선 승리와 당의 화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적었다.
김영우 안철수 의원 경선캠프 선대위원장은 나 전 의원이 정치 이지매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26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국민들 앞에서 집권여당이 정치적인 놀음을 했다”며 “정치 이지매가 심했다. 윤핵관 프레임에 갇혀 나 전 의원이 무릎을 꿇었다”고 말했다.
이어 “초선의원들이 당대표 출마여부를 놓고 연판장까지 돌리는 걸 본 적이 없다”며 “이 정도 되면 압력이 셌을 것이다. 높은 장벽을 뚫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윤상현 “불출마 압박한 게 누구냐”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은 김기현 의원을 겨냥해 더는 뺄셈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27일 페이스북에서 “김 의원은 더 이상 뺄셈 정치를 하지 말고 덧셈 정치를 하라”며 “나 전 의원 불출마를 압박한 게 누구냐. 또 도와달라고 손을 내미는 건 당을 위한 리더십의 태도가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조경태 “차라리 당대표 지명하라”
조경태 국민의힘 의원은 나 전 의원 불출마에 대해 차라리 당대표를 지명하라고 규탄했다. 조 의원은 26일 국회 소통관에서 전당대회 관련 기자회견이 끝나고 기자들을 만나 “조금 더 높은 지지율을 얻는 후보가 빠지는 바람에 재미없는 전당대회가 이어진다”고 소리 높였다.
아울러 “특정 후보를 위한 전당대회로 흐르는 듯한 느낌을 준다면 차라리 (전당대회를) 안 하는 게 낫다. 그냥 그 사람을 지명하는 게 낫지 않겠냐”며 “경쟁력 높은 사람이 빠지면 흥행에 성공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윤상호 기자 sangho@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