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유력 당권주자로 손꼽히는 김기현 후보가 윤석열 정부 성공을 위해 총선 압승을 자신의 힘으로 이루고싶다는 각오를 내보였다. 총선 압승을 통해 여소야대 정국을 타개하고 완벽한 정권교체를 이룩하겠다는 의지다.
지난 30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쿠키뉴스와 만난 김 후보는 연일 당안팎의 다양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다소 지친 표정이었다. 목소리도 많이 갈라진 상태였다.
하지만 인터뷰가 시작하자 이내 예의 편안한 미소를 띠며 미래에 대한 포부를 밝혔다.
그가 가장 먼저 강조한 것은 포용력 있는 승리.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처지에서 경쟁주자들과의 비교우위를 무작정 내세우기보다 정정당당한 경쟁을 주문했다.
김 후보는 "이번 전당대회의 가장 중요한 점은 모두를 포용하면서 승리로 가는 방향을 찾는 것"이라고 짚었다.
차기 당대표로 선출될 경우, 당면한 최우선 목표로 여소야대 정국의 극복을 위한 총선 압승을 꼽았다.
그는 "대통령 선거를 통해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지만 거대야당의 횡포로 국정운영에 필요한 동력을 얻지 못했다"며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총선 압승으로 '완벽한 정권교체'를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중인 이른바 3대 개혁(노동·교육·연금)에 대해선 대한민국의 체질 개선 차원에서 시급한 과제로 강조했다.
그는 "노동 현장의 불법행위 근절과 교육 시스템 개선, 연금제도 건전성 확보 등은 경제 전반의 체질 개선을 위해 필수적"이라며 "(당대표가 되면)야당을 설득해 당내 약자동행위원회에서 제시한 취약계층을 위한 법안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김 후보는 한때 당권 유력주자로 분류되다 대통령실과의 갈등 끝에 불출마 의사를 밝힌 나경원 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 대해서도 가치연대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연대·포용·탕평'을 가리키는 이른바 '연포탕 정치'.
그는 "연포탕 정치를 통해 한국 정치 선진화에 앞장서겠다"며 "보수당 가치를 존중하고 함께한다면 다른 목소리를 낸다고 배제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나 전 위원장의 불출마 이후 김 후보에게는 윤석열 정부 인수위원장을 지낸 안철수 후보가 최대 맞수로 떠오르고 있다. 안 후보는 전당대회룰 개정 등의 문제점을 파고들며 김 후보를 향해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김 후보는 "선의의 경쟁을 기대한다"며 안 후보의 자제를 부탁했다.
그러면서도 "개정된 전당대회룰을 언급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과도한 공세는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기존 전당대회 룰은 7대3(당원 투표 70%, 국민 여론조사 30%)이었다. 하지만 개정을 거쳐 당원 투표 100%로 바뀐 상태다. 여기에 1차 투표에서 과반 득표자가 없으면 1, 2위 후보끼리 재투표를 해 이긴 사람이 당권을 거머쥔다.
'당심'(黨心)이 가장 중요한 승리요인으로 지목받고 있는 상황에서 민심과 당심이 다를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80만 당원'을 먼저 살폈다.
지난해 6월 28만명에 불과했던 국민의힘 책임당원 수는 지난해 말에는 80만명 이상으로 크게 늘었다. 이같은 숫자는 대한민국 보수정당 역사상 최고 수준이다.
김 후보는 이같은 규모를 긍정적 신호를 짚어며 "당원 수가 80만명을 상회하기 때문에 당심과 민심의 괴리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는 그러면서도 "윤 정부의 성공과 정책적 비전을 제시하고 토론하는 축제의 전당대회가 되어야 한다"고 여유를 보였다.
끝으로 '정치'의 의미를 묻자 '혼자가 아닌 함께 가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김 후보는 "탄핵정국 이후 당 존립의 위기에 당원과 함께했다"며 "풍찬노숙에 비견되던 그 시기 당원들의 고난을 누구보다 이해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들이 자긍심을 가질 수 있는 국민의힘을 만들겠다"고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김기현 후보는 = 울산광역시 출신으로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뒤 제25회 사법고시에 합격해 판사로 임관했다. 고향 울산광역시를 정치적 기반으로 삼아 제6대 울산광역시장을 지냈다. 17·18·19·21대 국회의원으로 당내 몇 안 되는 4선의원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당대표 권한대행과 원내대표 등을 맡아 당이 처한 어려움을 해결하는데 앞장섰다.
임현범, 윤상호 기자 limhb9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