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8일 국회에서 가결됐다. 헌정사상 최초 국무위원에 관한 탄핵소추 사례로 판단의 공은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국회는 8일 오후 본회의를 열어 이태원 참사 등 재난 및 안전관리 총괄자로서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책임을 물어 탄핵소추안을 발의·표결했다. 재적의원 299명 중 293명이 투표에 참여했으며, 찬성 179명, 반대 109명, 무효 5명으로 가결 처리됐다. 찬성률은 61%다.
이 장관의 탄핵안 가결은 대한민국 헌정사상 국무위원에 대한 첫 탄핵 사례다. 앞서 두 대통령과 법관 1인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은 있었지만, 국무위원 중에서는 최초다.
민주당을 필두로 한 야 3당은 여당의 강력한 반대에도 다수 의석을 앞세워 이 장관 탄핵소추안 가결을 주도했다. 여당의 이 장관 탄핵소추안의 법사위 회부 요구가 있었으나 해당 건은 본회의서 부결돼 민주당이 주도한 대로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다.
이날 국회 본회의 결정에 따라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주목된다.
우리 헌정사상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돼 헌재에서 판단한 사례는 대통령 2인과 법관 1인에 대한 탄핵 등 총 3건이다.
노무현·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 2004년과 2016년에 각각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의결돼 헌재에서 각각 기각, 인용 판결을 받았다. 법관 중에서는 임성근 전 부장판사가 탄핵소추됐지만, 퇴직해 심판의 이익이 없어 각하됐다.
법조계는 이 장관 탄핵안이 헌재에서 기각될 가능성이 크다고 관측했다. 헌재가 정치적 고려 없이 오롯이 사법적인 판단만을 하진 않겠지만, 탄핵 심판의 판단기준인 중대한 불법행위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을 거란 이유에서다.
헌법학자인 장영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하원에서 탄핵 소추하면 정치기관인 상원에서 인용 여부를 결정하는 미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정치기관인 국회에서 소추하면 사법기관 헌재에서 결정하는 구조로 되어 있다”며 “헌재는 사법기관으로서 법적 판단을 해야 하기에 탄핵 결정에서도 이 장관에 대한 도덕적 책임이 아닌 법적 책임을 묻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중대한 불법이 있어야 하는데 이 장관에 대한 책임은 법적인 책임보다는 정치적 책임의 성격이 커 보인다. 기각 가능성이 크다”고 강조했다.
탄핵안 인용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헌법학계 주장도 있다. 탄핵심판이 사법적 판단이긴 하나 과거 대통령들에 대한 탄핵 심판 과정을 봤을 때는 정치적인 고려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김병록 조선대 법학과 교수는 “탄핵은 정치적 책임이 아닌 법적 책임을 묻는 제도이긴 하나 전직 대통령 두 사람 탄핵의 사례를 보면 헌재 판단에 정치적 고려가 있었던 걸로 확인할 수 있다”며 “헌재가 전직 두 대통령의 헌법 및 법률 위반행위가 있었다는 점에 대해선 공통되게 인정하고도 인용·기각 등 각기 다른 판단을 한 것은 대통령의 임기 시점·미칠 파장 등을 종합적으로 따진 정치적 고려”라고 부연했다.
국무위원에 대한 탄핵 심판은 대통령의 경우보다 낮은 기준이 적용될 거란 주장 역시 있다. 또 국회에서 위증하는 등 확실한 위법 요소가 있는 만큼 충분히 인용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권 대학 법전원 헌법학 교수는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의 탄핵을 겪으면서 헌재가 판례를 통해 ‘중대한 법 위반행위’라는 기준을 제시했다”며 “하지만 이러한 ‘위헌위법 행위의 중대성’ 기준은 헌법에는 적시되지 않을 뿐 아니라 국민이 직접 뽑은 대통령에게 적용될 것이지 임명직이면서 임기도 정해지지 않은 장관(국무위원)에게 같게 적용될 순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회에서 이 장관의 위증 행위 등이 있었다는 얘기가 있는데 이는 엄중한 법률 위반이라고 볼 수 있다. 헌법 65조가 규정한 탄핵 기준에 해당할 수 있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한편 국회에서의 탄핵소추 의결로 헌법재판소는 해당 사건을 맡아 심판한다. 헌법재판관 9인 중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탄핵이 인용된다. 탄핵 결정에 따라 파면된 자는 결정 선고일로부터 5년 이내에는 공무원에 임용될 수 없다.
과거 사례를 봤을 때 헌재 탄핵소추 결과는 3개월에서 6개월 사이 날 걸로 관측된다. 정치적인 현안과 연결된 만큼 헌재에서는 최대한 빠르게 결론을 낼 걸로 보인다. 과거 고(故) 노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 판결 기간은 2개월, 박 전 대통령은 3개월가량 걸렸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