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roject Financing·PF) 대출 연체 잔액이 1조원을 돌파했다. 연체율도 빠르게 오르고 있다. 특히 고금리로 부동산 PF 전 단계인 ‘브릿지론(Bridge Loan)’ 위험성이 커지며 경제 위기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반면 부동산 PF발(發) 위기가 관리 가능한 수준으로,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부동산 PF는 사업자가 부동산 개발 사업을 할 때 사업성을 기반으로 자금을 은행은 물론 보험사, 증권사, 저축은행, 캐피탈사 등 제2금융기관에서 높은 이자를 주고 돈을 빌려 사업을 진행하는 금융기법을 말한다.
금융권 부동산PF 연체 잔액, 1년 새 2배 이상 증가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카드사를 제외한 전 금융권(은행·저축은행·상호금융·증권사·보험사·캐피털사)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 잔액은 지난해 9월 말 기준, 1조1465억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인 2021년 말(4838억원) 보다 2배 넘게 증가한 규모다. 대출 연체 잔액은 금융당국이 향후 부실 발생 추이를 가늠하기 위해 보는 주요 지표 중 하나다.
부동산 PF 대출 연체 잔액을 업권별로 살펴보면 증권사가 3638억원으로 가장 많다. 연체율이 8.2%로 가장 높았다. 그 뒤를 저축은행 약 3000억원, 캐피탈사 2902억원, 보험사 1767억원, 은행 115억원이 잇따랐다. 연체율은 저축은행 2.4%, 캐피탈사 1.2%, 보험사 0.39%, 은행 0.03% 순 이다. 보험사의 경우 PF 대출 규모가 45조4906억원으로 가장 크다. 보험사 연체 잔액은 수년간 수백억원 수준이었으나 최근 1000억원대로 불어났다.
아파트 외 사업장 대출 비중과 고위험 사업장(본 PF 대출의 경우 공정률 60% 이상이나 분양률 40% 이하) 비중을 살펴보면 업권별 리스크 위험도는 △저축은행 △증권사 △여전사 △보험사 △은행 순이다. 저축은행의 경우 아파트 외 사업장 대출 비중이 90%에 가까웠다.
브릿지론→본 PF 차환이 핵심…고금리가 발목
부동산 PF 중에서도 가장 약한 고리는 바로 브릿지론이다. 브릿지론은 본 PF로 가는 ‘다리’ 역할을 하는 대출이다. 브릿지론에서 본 PF로의 전환 여부가 핵심이다. 본 PF로 리파이낸싱(refinancing·자금재조달)되기 위해서는 토지매입, 인허가 등 사전위험 요소가 해결되고 사업장에서 우수한 수익성이 기대돼야 한다. 브릿지론에서 본 PF로 전환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금융시장 전반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수 있다.
하지만 높은 금리가 발목을 잡고 있다. 고금리에 원자잿값 상승, 주택 시장 경기 침체 등이 맞물려 결국 차환 연장 또는 본 PF 미전환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본 PF로 전환되지 못하면 돈을 빌려준 금융사가 유동성 위기에 빠지고 최악의 경우 연쇄도산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부동산 PF 문제는 단순히 자금을 공급해 온 금융사들의 부실 문제만을 초래하는 것이 아니며, 기초적인 담보를 제공한 시행하나 시공사들의 동반 부실까지 유발할 수 있다”면서 “정부 정책 지원 확대로 단기자금 차환이 소화되며 유동성 리스크는 일부 해소됐지만 결국 건설업 및 부동산업의 신용리스크 확대 여부가 부동산 PF 위기의 2차 트리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우건설도 ‘손절’…부동산 PF가 위기 불러오나
벌써 곳곳에서 경고음이 나오고 있다. 울산 동구 한 주상복합 개발 사업에 시공사로 참여했던 대우건설은 최근 미분양에 대한 우려로 440억원 규모 대출 보증(후순위)을 자체 자금으로 상환하고 시공권을 포기했다. 사업을 진행할수록 손해가 더 커질 것으로 판단하고 브릿지론 단계에서 일찌감치 발을 뺀 셈이다.
대우건설뿐만이 아니다. 지난 6일 대한건설협회에서 발표한 설문조사 자료에 따르면 협회 회원사들이 시공에 참여 중인 PF 사업장 231곳 중 32곳(13.9%)이 사업이 지연되거나 아예 중단된 것으로 조사됐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PF가 도화선이 된 2011~2013년 ‘저축은행 부실사태’가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당국도 올해 리스크 요인으로 부동산 PF 부실화를 꼽고, 사업성이 양호한 정상 PF 사업장에는 보증지원, 채안펀드 등 시장안정 프로그램을 통해 필요한 자금자원을 실시하고, 부실 우려가 있는 PF 사업장에는 대주단의 자율적 PF 사업장 정리를 유도하는 등 연착륙 노력에 나섰다. 특히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를 중심으로 최대 1조원 규모의 부실 PF 매입해 정리펀드를 조성, PF 사업장 정상화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금융위 “연착륙 노력 중”…“확대해석 NO” 목소리도
다만 금융위원회는 아직 리스크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연합뉴스TV와의 인터뷰에서 “부동산 PF 관련 우려가 많지만 아직 연체율과 미분양률은 저축은행 사태 당시와 비교하면 굉장히 낮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위험 요소로 급속한 금리 인상, 경기 둔화, 자산 가격 하락을 꼽고 “연착륙시키고자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금리가 계속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 불확실성이 커진다는 뜻이고, 결국 해당 PF 사업에 대해 처음 계획했던 기대수익률에 미치지 못하거나 심한 경우 역마진도 우려할 수 있다”면서 “시장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못하는 동안 부동산 관련 사업이 지연되거나 감소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연구원은 “우석건설 등 지방 건설사의 부도와 지방을 중심으로 발생하는 미분양이 우려를 가속화하고 있는데 이런 일은 과거에도 비일비재했다”면서 “일부 상대적으로 취약한 기업 사례를 전체로 일반화해 확대해석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