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LoL 월드챔피언십(이하 롤드컵)’ 우승팀이 반 년 도 안 돼 ‘동네 축구팀’으로 전락했다. 리그 최하위. 시즌 10경기를 치르는 동안 거둔 승수는 1승에 불과하다. DRX의 얘기다.
DRX는 17일 오후 서울 종로 롤파크에서 열린 ‘2023 LoL 챔피언스 코리아(이하 LCK)’ 스프링 스플릿 2라운드 한화생명e스포츠와 맞대결에서 세트 스코어 0대 2로 패했다. 5경기를 잇따라 패하며 1라운드를 1승 8패로 마무리한 이들은 2라운드 첫 경기에서도 분위기를 반전하지 못했다. “2라운드부터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던 각오가 무색했다.
DRX는 작년 롤드컵 ‘미라클 런’의 주인공이다. 가까스로 출전 자격을 얻은 이들은, 예선부터 시작해 국내·외 난적을 차례로 제압하며 최정상에 섰다. 시즌 종료 후 우승 멤버들이 뿔뿔이 흩어졌지만, 잔류를 선택한 ‘베릴’ 조건희를 중심으로 이름값 높은 리그 내 자원들을 끌어 모았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리그 꼴찌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날 경기에서도 이전과 같은 문제를 답습했다. 바텀 듀오는 라인전 단계에서 무너졌다. 교전에선 여전히 호흡이 맞지 않는 모습이 나왔다. 기본적인 시야 체크 없이 라인을 밀다가 허무하게 킬을 내주는 아마추어와 같은 실수도 나왔다. 이를 지켜보다 못한 이현우 해설 위원은 중계 도중 DRX의 경기력에 대해 “동네 축구”라며 혹평했다. 포장의 전문가로도 통하는 이 위원에게서 좀처럼 나오지 않는 매운 워딩이다.
현재로선 돌파구도 보이지 않는다. 분위기 반전을 위해 2세트 서브 정글러 ‘주한’ 이주한을 교체 투입하는 강수를 뒀지만 통하지 않았다. 대진도 웃어주지 않는다. 다음 맞대결 상대는 리그 2위 젠지e스포츠다. 오는 26일 붙는 브리온(3승 6패·6위) 역시 한 수 위의 상대다.
가라앉은 팀 분위기도 문제다. 어느덧 선수단의 얼굴에선 웃음기가 가셨다. 경기 전 세팅 과정에서조차 입이 꾹 닫혔다. 이날 1세트 ‘라스칼’ 김광희의 솔로킬이 나왔지만, 공개된 보이스에선 침묵만 이어졌다. 팀 분위기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경기 종료 후 만난 김광희는 “전체적으로 많이 부족하다는 걸 느낀다”며 “초반에 패배가 쌓이면서 연패를 계속 하다 보니 자신감도 떨어지고 있다. 스스로와 팀에 대한 믿음도 떨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DRX를 이끄는 김목경 감독은 동네 축구 같은 경기력이라는 평가에 일부 수긍했다. 그는 “불과 어제까지만 해도 연습에서 우리끼리 똑같은 얘기를 했다”며 “콜이 너무 갈리다 보니 그런 상황이 계속 생기는 것 같다. 피드백이 있었는데도 연습에서 나왔던 실수들이 대회에서 그대로 나왔던 것이 제일 큰 패배 이유가 됐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고개를 숙였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