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업계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이 쌓여가고 있다. 관심을 보이는 ‘큰손’도 나타났다. 하지만 소송, 새로운 건정성 평가 기준 등이 변수로 작용하면서 거래가 순조롭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하나금융…회장 신년사에서 M&A 강조
올해 4대 금융지주 중 우리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두 곳이 보험사 M&A에 의지를 보이고 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지난달 2일 신년사를 통해 “시장 환경이 어려울수록 자회사들의 핵심사업 시장 지위를 제고하여 수익 기반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증권·보험·VC(벤처캐피탈) 등 작년에 시장이 불안정하여 보류해온 비은행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는 올해 속도를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금융은 지난 2021년 ‘완전 민영화’에 성공하면서 비은행 자회사들을 매각해 타 금융지주사보다 사업 포트폴리오가 취약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현재 국내 5대 금융지주 중 증권사와 보험사를 보유하지 않은 건 우리금융뿐이다. 우리금융은 약 7조의 자본 여력을 활용해 M&A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금융은 최우선 선택지인 증권사 먼저 인수한 뒤 보험사 인수에 나설 관측이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회장 역시 신년사에서 “14개 자회사 중 최고의 자리에 있는 회사가 몇 개나 되느냐”면서 “보험, 카드, 자산운용 등 비은행 부문의 M&A를 포함한 모빌리티, 헬스케어, 가상자산 등 비금융 부문에 대한 적극적인 제휴와 투자를 통해 새로운 영역으로 업의 범위를 확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나금융은 보험 계열사가 있기는 하지만 지난해 실적이 부진했다. 하나생명은 지난해 당기순이익 101억으로 전년 대비 58.2% 감소했다. 하나손해보험은 지난해 207억원 흑자에서 702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수차례 실패한 KDB생명 매각…이번에는 가능할까
매물을 살펴보면 KDB생명보험, ABL생명보험, MG손해보험 등 3개사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이다. 특히 KDB생명보험
이 이번에는 새 주인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KDB산업은행은 KDB생명보험 인수 후 꾸준히 매각을 추진했지만 앞서 4차례나 실패한 바 있다. 지난 2020년 사모펀드인 JC파트너스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2021년 말 주식매매계약까지 체결했지만 JC파트너스가 대주주 요건을 갖추지 못하면서 매각이 최종 무산됐다.
KDB생명보험 실적이 최근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다. KDB생명보험은 지난해 3분기 1136억원의 누적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하지만 외부에서는 회의적 시선도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달 국내 생명보험사 12곳의 재무 상태를 분석했는데 유일하게 KDB생명에 ‘AA-/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나이스신용평가는 KDB생명보험 매각에 어두운 전망을 내놨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시중금리가 과거 대비 상승해 사업 여건이 호전된 점은 긍정적이지만 이미 여러 차례 매각이 무산되었던 전례를 감안하면 결과를 낙관하기 어렵다”며 “2023년 5월 신종자본증권 2160억원의 ‘콜옵션(Call option)’ 행사 시기가 도래하는 점도 최근의 자금조달여건 악화를 고려할 때 부담스러운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KDB생명보험 관계자는 “아직 인수 유력사로 거론되는 곳은 따로 없다”고 답했다.
MG손해보험 매각 입찰도 참여 ‘0곳’…“금융위와 향후 절차 논의”
중국 다자보험그룹은 ABL생명보험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 ABL생명보험 지분 100%를 인수할 주요 원매자와 물밑 접촉을 이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ABL생명보험은 지난 1954년 설립된 제일생명보험이 전신이다. 1999년 IMF 위기 당시 독일 알리안츠 그룹에 매각됐다. 지난 2017년 중국 안방보험에 팔렸다. 거래금액은 3000~4000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다만 수익성 악화는 아쉬운 대목이다. ABL생명은 지난해 3분기 당기순손실 602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MG손해보험 매각도 안갯속이다. MG손해보험은 지난해 4월 금융당국으로부터 부실금융기관 지정을 받았다. 현재 예금보험공사가 공개매각 절차를 주도하고 있다. 예보는 매각 주관사 삼정회계법인을 통해 지난 18일부터 21일까지 MG손해보험 매각 입찰을 진행했다. 하지만 원매자 참여 없이 마무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JC파트너스가 지난 14일 법원에 예보의 MG손해보험 입찰 절차 금지 가처분 신청 소송을 제기하며 공개매각에 제동을 걸었다. JC파트너스는 MG손해보험 보통주 92.77%를 보유하고 있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 MG손해보험 매각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예보 관계자는 “MG손해보험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기관은 현재까지 없다”면서 그 배경에 대해서는 “보험업계에 새로 도입되는 ‘신 지급여력제도(K-ICS·자산과 부채를 모두 시가로 평가하는 건정성 평가 지표로 일부 보험사는 건정성 지표가 오히려 떨어질 수도 있음)’와 경기 악화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매각 절차에 대해서는 “금융위원회와 협의할 예정”이라고 부연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