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기초의원이 정치인으로서의 신분을 유지한 채 병역 대체복무에 나서면서 ‘황제 병역’ 논란이 일고 있다. 주인공은 강서구의회 김민석 의원이다. 김 의원은 1992년생으로 현행법에 따라 헌정사상 최초로 임기 중 군 복무에 나선 기초의원이 됐다.
23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김 의원은 24일부터 양천구 시설관리공단에서 군 대체복무를 시작한다. 양천구 시설공단 측에 김 의원이 24일부터 사회복무요원 자격으로 근무하게 되느냐는 질의를 보냈으나 담당자 부재로 인해 바로 답을 주기는 어렵다고 했다.
주민들의 투표로 선출된 기초의원이 임기 1년도 채우지 못한 채 입대하는 상황은 다소 의아스럽다. 다만 현행법상 선출직 지방의원에 대한 병역이행 연기 규정이 없어 김 의원의 군 복무 이행은 불가피하다.
이날 현재 김 의원은 공식적으로 강서구의회 사무국에 자신의 군 복무 사실과 휴직 등을 통보한 바가 없다.
강서구의회 사무국 관계자는 이날 쿠키뉴스에 “공식적으로 김 의원 휴직계를 제출하거나 본인의 군 복무 사실을 전해온 게 없다”며 “군입대 등으로 김 의원 신상에 변화가 생길 경우, 병무청에 신분 조회를 요청해 판단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가장 크게 논란이 되는 것은 김 의원의 겸직 여부다. 현행 병역법은 군 복무 중 겸직은 예외적인 상황에 한정해 허용되는데 현역 기초의원의 신분을 가지고서 군 대체복무를 하게 될 때는 형평성 논란이 일 수 있다.
김 의원은 현역 기초의원과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 겸직 가능 여부를 주무관청인 병무청을 비롯해 행정안전부 등에 문의했던 걸로 확인된다.
실제로 겸직이 허용될 가능성은 적다. 병무청은 해당 사안과 관련해 쿠키뉴스에 “현행 법령상 사회복무요원이 정당 가입을 하거나 정치 활동하는 것은 금지돼 있다”며 관련 규정상 기초의원직 겸직은 불가하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구의원직을 중간에 포기한 채 사회복무요원 근무를 한다 해도 문제다. 주민들은 지역 구정을 잘 살피라고 기초의원으로 선출한 것인데 자신의 군 복무를 위해 자리를 비운다는 것은 선거권자인 주민의 입장에는 전혀 이해되기 어렵다. 또 기초의원으로 받는 임금과 사회복무요원으로서의 임금을 동시에 받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연출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와 같은 사태가 발생한 것은 김 의원 개인의 책임이 아니다. 선거 연령 하향과 청년 정치인의 전면 등장 등 사회적 변화에 발맞춰 제도적인 입법을 하지 못한 까닭이 크다. 하지만 정치인으로서의 활동과 군 복무를 동시에 수행하려는 겸직 시도는 국민정서상 결코 납득하기 어렵다.
현재 국회에서는 이와 관련해 병역법 개정안이 논의 중이다. 지난해 4월 김진표 의원(현 국회의장)이 입법 발의했고, 현재는 위원회안으로 변경, 현재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쿠키뉴스는 입대를 앞둔 김 의원에게 현 상황에 대해 묻기 위해 22일 연락을 취했으나 그는 “법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에서 입대하겠다”는 원론적인 대답만을 반복했다.
오히려 “왜 언론이 이런 사실을 취재하려고 하느냐. 취재를 거부한다”고 역정을 냈다.
한편 국방위 소속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에 대해 “관련 입법이 우리 상임위를 통과해서 법사위에 계류 중인 상황에 이런 일이 발생했다”며 “그럼에도 어찌 됐건 현재의 법 체계상 겸직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선출직으로 지방의회에서 일하는 것이 국가와 공동체에 대한 일종의 봉사인 것은 맞지만 병역 의무 또한 국민의 기본적인 의무기 때문에 두 개가 충돌한다면 당연히 병역 의무를 우선한다. 현재 맡은 기초의원직을 내려두고 병역 의무에 충실히 임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