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양시가 3년마다 열리는 국제행사인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 예산으로 석면해체 등에 1억1600만 원을 쓰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가뜩이나 ‘공공’은 사라진 채 ‘그들만의 잔치’로 전락했다는 비판에 직면한 APAP 행사 예술사업비를 당초 계획에 없던 석면해체와 건물 안전진단에 집행하면서 허술한 예산 수립과 집행과정도 비난의 도마에 올랐다.
7일 안양시와 안양문화예술재단(문화재단)에 따르면 올해 7회째를 맞는 APAP 예산은 24억7500만원. 행사를 주관하는 문화재단이 시의회에 요청한 예산에서 지난해 말 4억 원이 삭감된 규모다.
올해는 8월 25일부터 2개월여간 만안구 안양예술공원과 안양6동 옛 수의과학검역원(수검원) 부지에서 개막식 등 본 행사가 진행된다. 수검원 부지는 안양시가 1300여억 원을 들여 2016년 매입한 시 소유 땅이다.
발단은 내부전시 등 행사장소로 계획한 수검원 부지 건물들이 낡은데다 석면까지 노출돼 이를 해체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문화재단이 시청 관련부서에 석면해체를 요구했으나 시가 계획에 없던 일이라며 거부하자 APAP 예산 7800만원을 들여 업체를 선정해 석면해체를 마무리했다. 현재 3800만원을 투입해 노후 건물에 대한 안전진단이 진행 중이다.
문화재단이 당초 세웠던 28억7500만원의 예산 항목에는 없던 지출로, 이미 4억이 삭감된 상태에서 또다시 1억 원이 넘는 예산을 예술행사와 직접 관련이 없는 분야에 사용하면서 문화재단의 예산수립 과정과 집행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안양시의회 한 의원은 “이런 식의 고무줄 집행이라면 관련 예산을 더 삭감해도 될 지경”이라며 혀를 찼다.
시민들은 모르는 ‘그들만의 잔치’ 전락한 APAP...막대한 혈세 투입에 ‘무용론’ 대두
지난 2005년 만안구 안양유원지를 정비해 예술공원으로 조성하는 것으로 시작된 안양시 유일의 국제행사인 APAP는 올해 7회째로, 그간 사용된 예산만 250억 원에 이른다. 명칭은 공공예술이지만 정작 시민들은 어떤 행사인지도 모른 채 관심 밖으로 밀려나면서 예술가들을 위한 ‘그들만의 잔치’로 전락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특히 매년 예술작품 관리비와 낡은 작품 철거비용으로 막대한 시 예산이 투입되는 상황이 이어지자 시의회에서도 “이런 행사를 굳이 계속해야 하느냐”며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지난 2019년 제6회 때는 ‘공생도시’라는 주제와 동떨어진 공중파 예능프로그램에 2억 원의 홍보비를 지원하면서 비판이 제기됐고, 당시 사용한 APAP 공식 포스터는 작고한 미국의 극사실주의 조각가의 작품과 유사해 표절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또 해외 작가의 작품 2개월 대여와 설치 등 비용으로 4억 원을 지출하면서 적절성 논란과 함께 홍보 용역사에 지급된 3억 원이 넘는 예산에 대한 세부 정산서 내역도 선지급금 외에는 확인되지 않는 등 제도적 문제점도 지적됐다.
안양시가 2021년 외부 전문기관에 의뢰한 ‘APAP 중장기 발전계획 수립 연구용역’ 연구보고서에는 시민과의 소통 부족과 낮은 APAP 인식, 철거 및 보수비용과 예산문제로 사업의 타당성에 대한 논란 존재 등이 한계로 분석되기도 했다.
앞서 제5회 APAP 행사가 끝난 뒤에는 안양시가 강도 높은 감사를 벌여 당시 공공예술기획단장을 맡았던 문화재단 A씨가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기도 했다.
안양시의회 허원구 의원은 지난해 12월 본회의 5분 발언에서 “17년 동안 설치된 예술작품들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흉물이 됐고, 시민들이 철거를 원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면서 APAP는 시민 혈세낭비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안양시는 이 같은 문제점에도 전국 최초 공공예술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3년마다 행사를 이어오고 있다.
문화재단 관계자는 “이미 예산이 4억이나 삭감되고 당초 계획에 없던 석면해체 등에 1억 넘게 지출되면서 어쩔 수 없이 예술작품 구입비용 등을 줄이고 있다”며 “내달 제1회 추경에 부족한 예산을 요청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안양=김태영 기자 ktynews@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