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를 담당하는 기금운용본부만이라도 서울로 이전하는 게 합리적입니다”
투자업계 전문가 다수의 공통적인 말이다. 국민연금에서 투자 기능을 맡은 기금운용본부는 금융권이 밀집한 서울에 있어야 확실한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투자 운용에서는 시스템뿐 아니라 ‘노하우’를 가진 인력의 활용이 중요하다.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의 고급 인력의 안정적인 확보를 장담할 수 없을뿐더러 인력을 키워낸다고 하더라도 이직을 막기도 쉽지 않다.
이러한 사실은 이미 투자업계에는 공공연하게 퍼진 이야기다. 국민연금에 입사한 우수 인력들도 경력을 쌓아 서울에 있는 다른 곳으로 이직을 바라고 있다는 게 현장의 실질적인 목소리다.
익명의 한 투자 전문가는 “대부분의 투자 운용사가 서울에 있는 까닭은 좋은 인력을 뽑기 위한 것”이라며 “투자 운영에서 시스템이 중요하지만 실제로 그것을 운용하는 사람의 역할도 결코 간과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까닭에 국민연금을 제외한 공적 연금 기구들은 지방 이전에도 불구하고 투자 기능을 수행하는 조직은 서울에 남겼다. 공무원연금과 사학연금은 각각 제주와 전남 나주로 이전했지만, 투자 및 자금 운용을 담당하는 자금운용단과 자금운용관리단은 여전히 서울에 남아 있다. 국방부가 직접 관리하는 군인연금도 서울 용산에 있다.
국민연금의 기금운용본부만 지방에 소재한 이유는 국민연금법 개정에 따른 결과다. 지난 2013년 7월 국민연금법 개정 시 기금운용본부(기금이사가 관장하는 부서) 소재지를 ‘전라북도’로 명시했다. 본사 아닌 하위 부서의 소재지를 특정한 것은 다소 이례적이다. 당시 정치권에서 여야 합의에 따른 결과물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국민연금 기금 운용 수익률을 높이는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국민연금의 재정 건전화를 이루라는 게 핵심 취지로 기금운용본부의 서울 이전 등을 포함해 검토를 지시했다.
과거 정치권의 합의에 따른 결과지만, 연금개혁의 시작과 함께 바로잡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다만 넘어야 할 벽은 만만치 않다. 국민연금이 현재 위치한 전북 지역은 기금운용본부의 이전 가능성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지역 균형을 외치면서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을 다시 서울로 올린다는 게 말이 안 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국민의 노후 자금이라는 국민연금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지역 균형 논리만을 앞세우는 주장은 지역이기주의라는 비판 또한 피할 수 없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날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만이라도 서울로 이전하는 게 긍정적이라고 본다”며 “공단 전체를 옮기라는 게 아니라 기금본부만이라도 옮겨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금융 활동의 대부분은 서울에서 일어나고, 또 기금운영을 위한 전문가 집단과의 상시적인 교류 또한 중요한데 이들 대부분은 전주가 아닌 서울에 있다”고 설명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