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기초의원의 군 대체복무 겸직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서울 강서구의회가 6일 해당 의원의 사퇴 결의안을 부결시켰다. 소속 정당에 따라 찬반 표결이 극명히 엇갈려 현행법 위반 사항을 정쟁적 요소로 만들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8일 쿠키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강서구의회는 본회의를 열고 최근 병역 논란에 휩싸인 김민석 구의원에 대한 사퇴 결의안 표결을 진행했다. 김 구의원의 사퇴를 촉구해온 민주당 의원들은 사퇴에 대한 찬성표를 던졌지만, 국민의힘 전원 및 무소속 의원들은 반대표를 던졌다. 결국 1표 차이로 부결됐다.
반대표를 던진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의 논리는 명확한 법 규정 해석을 받지 못했다는 취지다. 구의원으로서의 신분은 병역법이 아닌 지방자치법에 따라서 해석되고 판단돼야 하는데 병무청에서의 겸직이 허용되지 않는다는 회신은 기초의원 사퇴의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향후 행정안전부에서 지방자치법에 근거한 유권해석에 대한 답을 주면 다시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강서구의회가 병무청으로부터 받은 회신 자료에는 “사회복무요원의 기초의원 의정활동은 ‘사회복무요원 복무관리규정’ 제28조 2항 3호(대가성이 없이 비영리 기관 또는 단체에서 주관하는 사회봉사 활동이나 공익 목적의 활동에 참여하는 경우)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명시적으로 적혀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 측은 4호(그 밖에 복무기관의 장이 부득이 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 대한 답변은 없으니 따질 여지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구의원에 대한 사퇴 표결에서 부결표를 행사한 이충현 강서구의원(국민의힘)은 이날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국민 정서상 의정활동 공백이 생기는데 군대갈 사람을 공천해서 문제가 생기는 것에는 공감한다”면서도 “명확히 병역법 및 지방자치법을 위반했다는 말이 안 적혀 있으니 부결표를 행사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국민 정서와는 상당히 거리감이 있다. 확실한 법적 근거를 주장하고 있지만, 이미 병무청에서 내놓은 회신만 확인하더라도 현행법상 겸직이 불가하다는 것은 명확한 사실이다. 이미 많은 언론보도를 통해 겸직이 불가하다는 사실이 알려졌지만, 공공기관인 병무청의 회신이 아무런 근거가 되지 못하다는 주장은 다소 억측으로 판단된다.
선출직 공무원인 기초의원의 신분은 지방자치법 규정이 우선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병역법 등 다른 법에서 허용하지 않는 것까지 보장한다고는 볼 수 없다.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나머지가 모두 허용이 된다는 논리라면 성문화하지 않으면 어떤 행위라도 허용된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김연수 법무법인 ‘명재’ 변호사는 이날 쿠키뉴스에 “김 구의원은 양천구 시설관리공단에서 근무하는 사회복무요원으로서 양천구에 소속된 공무원·준공무원 신분이기 때문에 지방자치법에 의하더라도 지방의회 의원과 겸직할 수 없다”며 “병무청 또한 병역법과 사회복무요원 복무관리규정을 근거로 겸직이 불가능하다고 유권해석했음에도 강서구의회에서 사퇴안을 부결시킨 것은 법리적인 관점에서는 납득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김 구의원의 사퇴 결의안을 낸 민주당은 즉각 반발했다. 홍재희 강서구의회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사퇴결의안은 당과 사적 친분을 떠나 당사자에게 의정 공백에 대한 책임을 지라는 경고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의석수로 부결시켰다”며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강서구민은 안중에도 없고, 오직 ‘제 식구 감싸기, ’동업자 정신‘만 있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우리 의회에서 마땅히 취해야 할 취소의 의무조차 저버린 것에 대한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행정안전부는 강서구의회 요청에 따라 현재 해당 사안에 대한 유권해석 중이다. 최초 사례로 관련 규정 자체가 없는 만큼 3개 법무법인의 법률 자문을 통해 내용을 정리·검토하고 있다. 이르면 다음 주초까지는 결론이 도출될 걸로 보이지만, 유례없는 상황에 판단이 길어질 수도 있다.
최시복 행정안전부 선거의회자치법규과장은 이날 쿠키뉴스에 “강서구의회에서 군 복무 기초의원의 신분 등에 관한 법령해석 요청이 들어왔다”며 “최초 사례로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3개 법무법인에 법률 자문을 구고, 해당 내용을 내부적으로 정리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국민적인 관심이 큰 사안인 만큼 신중하고 세부적으로 살피고 있다”며 “청년정치 확산에 발맞춰 법령 및 제도 개선의 노력 또한 강구할 방침”이라고 부연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