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출판 및 콘텐츠 제작 업계의 불공정 약관 실태 점검에 나선다. 1990년대 인기 만화 ‘검정고무신’을 그린 고(故) 이우영 작가의 별세를 계기로 창작자에 대한 ‘공정한 보상’ 문제가 불거진 데 따른 것이다
15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최근 내부 회의에서 “출판사나 콘텐츠 제작사의 약관에 저작권, 2차 저작권에 관한 불공정 조항이 있는지 다시 한번 살펴보라”고 지시했다.
한 위원장은 이 작가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저작권 소송 문제로 힘들어했다는 언론 보도를 접하고 이같은 지시를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작가는 생전 검정고무신 애니메이션 제작업체 형설앤 측과 저작권 및 수익 배분 문제를 두고 분쟁을 빚어왔다.
그는 수익을 제대로 배분받지 못했고 애니메이션·게임 등 2차적 저작물 사업 과정에서 어떤 통보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해 왔다. 또 자신이 그린 캐릭터를 쓰고도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경고를 받았다며 억울함을 호소해왔다.
형설앤 측은 “원작자와의 사업권 계약에 따라 파생 저작물과 그에 따른 모든 이차적 사업권에 대한 권리를 위임받았다”는 입장이다.
출판사나 콘텐츠 제작사가 협상력이 약한 신인 작가 등을 상대로 불공정한 계약을 맺는 것은 문화예술 업계의 고질적인 문제로 여겨진다.
한 위원장은 “만화가 협회 등 주요 창작자협회를 대상으로 교육을 실시하라”고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저작권·2차 저작권 관련 불공정 행위에 대한 신고를 활성화하기 위한 것이다.
거래상 우월한 지위를 부당하게 이용해 상대방과 거래하는 행위는 공정거래법상 불공정 거래에 해당한다.
공정위는 올해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서 콘텐츠 분야 불공정 거래 행위를 집중 점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넷플릭스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의 거래구조와 불공정 관행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이는 한편, 연예인 기획사의 불공정 계약 강요 등을 중점적으로 감시할 예정이다.
공정위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추진하는 웹툰 표준계약서 개정 작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할 계획이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