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한일 정상회담이 열리는 16일 새벽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양국 정상의 만남을 계기로 한미일 안보 체제 공고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항의성 도발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다만 북한이 지금 미사일 발사로 얻을 이득이 없다며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이견도 있다.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이 이날 새벽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혔다. 앞서 14일 황해남도 장연 일대에서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을 발사한 지 이틀 만이다. 미사일의 기종과 비행거리 등 자세한 제원을 분석 중이다.
전문가들은 이날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한일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반발의 의미라고 강조했다. 한일 양국 정상이 만남을 통해 사실상 북한과 중국을 견제하는 한미일 안보 체제 구축에 대한 교감을 이룰 거라는 전망이 큰데 이에 대한 항의 차원이라는 것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날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시기상 한일 정상회담이 열리는 당일 새벽, 위치상은 동해상에 탄도미사일을 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며 “미사일 발사는 한일 정상회담 직전 찬물을 끼얹는다는 의미와 함께 한미일 협력 구도 강화에 대한 북한의 반발 메시지를 담은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일 안보 체제 공고화를 반대하는 중국의 입장을 대신한 항의의 의미가 담겼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 관영매체 환구시보의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14일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 한반도 정치 전문가 랴오닝 사회과학원의 말을 인용해 “한일 정상회담은 미국의 의도를 따르는 것”이라고 보도했는데 하루 뒤 북한의 탄도 미사일 발사가 있었기 때문이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교수 역시 쿠키뉴스와 전화 인터뷰에서 “한미일 동맹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은 결국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그간 북한이 계속해 보여준 군사적 도발 행위와 외교 행보는 북중관계에 기반돼 전개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는 “과거 북한은 미중 경쟁 구도 속에 일종의 균형 외교로 자국의 이익 극대화 전략을 취했다면 지금은 미국이 자신들과 협상에 전혀 나서지 않는 등 상대해주지 않아 중국 측에 붙어 중국이 원하는 메시지를 대외적으로 발현해주는 전략으로 바뀌었다”며 “이를 통해 자국의 입지를 넓히고 중국·러시아와의 관계를 굳건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동엽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 이미 국내에서도 비판하고 있는 상태에서 북한이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을 간다고 미사일을 발사해 얻을 것이 없다”며 “오늘 미사일은 발사에 따른 효과가 크겠다는 시기상 택일의 의미는 있을 수 있으나 윤석열 정부가 북한을 상대조차 하지 않고 있는데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평가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