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본회의에 직회부된 ‘간호법 제정안’과 ‘의사면허취소법’에 대한 의사들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의사들은 더불어민주당이 강행 처리를 했다며 2024년 총선에서 따져 묻겠다고 경고했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16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 중앙 당사 앞에서 ‘간호사특혜법·의료인면허강탈법 저지를 위한 의협 비대위 전국 동시 집회’를 열고 두 법안을 폐기할 것을 거듭 촉구했다. 지난 9일에 이은 비대위 주관 ‘2차 집회’다.
박명하 의협 비대위원장은 “지난 2월9일 민주당은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악법을 본회의에 직회부하는 다수당의 횡포를 저질렀다”며 “23일과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1차적으로 저지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간호법 통과 저지를 위해 끝까지 투쟁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박 위원장은 지난 13일부터 국회 앞에서 무기한 철야농성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간호사만을 위한 간호사 특혜법과 사소한 실수도 용서하지 않는 의료인 면허 강탈법에 대한 의료진의 분노를 투쟁 동력으로 쓸 수 있도록 철야 농성을 하고 있다”라며 “20일부터는 단식 투쟁을 시작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이들은 오는 2024년 제22회 국회의원 선거 ‘민주당 OUT’ 투표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의협 회원들은 “13개 단체 보건복지의료연대 400만명이 내년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을 심판할 것”이라며 경고했다.
‘22대 국회의원 총선거 투표용지’ 피켓에는 ‘보건복지의료연대 400만 국민이 투표한다. 더불어민주당 OUT’이라고 적혀있다. 회원들은 이 피켓을 투표함에 넣으며 연신 “민주당 심판” “입법독재 민주당은 반성하라” 등 구호를 외쳤다.
격앙된 반응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집회 일부 참여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직접 나와 사과하라고 민주당사를 향해 외쳤다.
황규석 의협 비대위 부위원장은 “민주당은 자신들 의석만 가지고 정상적인 절차를 무시하고 마음대로 법을 만들고 우리 의료인을 찢어놨다. 이런 미친 정당이 갈가리 찢어질 때까지 우리 비대위는 (법안 철회를) 가열차게 주장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만약 이 말도 안 되는 법안이 통과된다면 400만명이 여의도 국회 앞에 모여 민주당을 갈가리 찢겠다”고 비판했다.
“의료인 편가르기 그만… 당장 법안 폐기하라”
간호법은 현행 의료법에서 간호사의 업무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적정 노동시간 확보 등 간호사의 처우를 개선하는 내용을 담았다. 의사단체 등은 의료법에 관련 규정이 있는 만큼 특정 직역만을 위한 중복·과잉 입법일 뿐 아니라, 직역 간 갈등을 부추긴다고 주장한다.
또 의료인 면허 결격사유를 확대하는 의사면허취소법을 두고도 교통사고 등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 있는 일반적 과실로 의사 자격이 박탈된다는 것은 타 직종과의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며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두 법안 폐기를 요구하기 위해 의사들이 진료실에서 나와 피켓을 들었다. 이태연 서울시의사회 부회장은 “진료를 마치고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이 자리에 왔다”면서 “지금껏 간호법이 없어 코로나19를 막아내지 못했나. 그런데 왜 지금 이 순간 의료계에 간호법이란 큰 짐을 지어주나”라고 한탄했다.
오동호 중랑구의사회 회장은 의사가운을 입고 단상 위에 섰다. 그는 “코로나19 감염병 위기 당시 의사와 간호사가 한 팀이 되지 않았다면 코로나19 극복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며 “의료진 편 가르기로 인한 국민 건강의 피해는 국회가 책임져야 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정재원 동대문구의사회 회장은 “간호법은 간호사만을 위한 법”이라며 “간호조무사, 임상병리사, 방사선사, 응급구조사 등 약소직역의 이익을 앗아가면서까지 입법하는 것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고 호소했다.
조문숙 노원구의사회 회장은 “국회의원은 죄를 짓고도 조사조차 받지 않으면서 우리 의료인은 교통사고만 나도 의료면허를 박탈할 것이라며 겁박하고 있다”면서 “이 법이 시급한 민생법안인가, 나라를 위기에서 구해야 하는 시급한 응급 법안인가”라고 반문했다.
한편 두 법안은 오는 23일, 30일 열릴 예정인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것으로 점쳐진다. 여야는 아직 두 본회의 때 처리해야 할 안건에 대해 합의에 이르지 못한 상태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달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두 법안을 패스트트랙 법안으로 지정해 본회의에 부의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의장이 본회의 부의 요구를 받은 날부터 30일 안에 여야 대표가 합의해 부의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 9일까지 여야가 합의하지 못해 두 법안 모두 이후 열리는 첫 본회의에서 무기명 투표에 부쳐지게 됐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