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당대회 후 당내 정치에서 전격 배제된 이준석 전 대표가 천하용인 후보들과 팀블로그를 개설했다. 사실상 장외정치의 신호탄이다. 국민여론과 배치되는 한일회담에 따라 정부여당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센 시점에 나온 행보로 특히 주목된다.
이준석 전 대표는 17일 오후 본인의 페이스북에 “개혁세력의 고민을 글로 남겨보자는 취지에 팀블로그를 개설했다”는 글을 올려 본격적인 장외 정치의 의지를 밝혔다.
이 대표는 “방송에서 누군가의 질문에 답하는 것을 넘어서 대한민국의 여러 고민을 순도 높은 자기 생각으로 다루는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며 “천아용인(천하람·허은아·김용태·이기인) 후보들과 저, 그 외에도 많은 필진이 글을 번갈아 올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팀블로그 명칭에 대한 설명도 있었다. 이 전 대표는 “고공행진이라는 이름은 ‘고민하고, 공부하고, 행동하는, 진실된 사람들’이라는 의미로 허은아 의원이 지었다”며 “디자인이나 구성에 있어 조언과 태클 모두 환영한다”고 설명했다.
장성철 “청년층과 소통, 세력 기반 마련 차원”
이은영 “69시간제·한일회담, 2030 지지율 빠진 타이밍 본 듯”
친윤 인사들이 전당대회를 석권하면서 거의 모든 당직에서 친이준석계 인사들이 배제돼 정치적 활동의 공간이 제약된 가운데 장외정치를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전략으로 평가된다.
정치평론가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이날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전당대회 이후 당내 활동이 막혀 있고, 활동한 공간도 없어 장외정치를 통해 본인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한 하나의 방법일 수 있다”며 ““고민이 있는 청년층과 소통하면서 자신들의 세력 기반을 마련하겠단 의도도 섞여 있는 것 같은데 잘한 선택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은영 휴먼앤데이터 소장은 장외정치 개시 시점에 주목하며 이 대표의 정치적인 감이 뛰어나다고 호평했다.
이 소장은 같은 날 쿠키뉴스에 “최근 정부여당에 대한 지지율이 2030 세대를 중심으로 많이 빠진 측면이 있다”며 “최근 주 69시간 근로제 영향도 있겠지만, 특히 한일회담을 전후해 젊은 세대층이 화가 많이 나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 타이밍에 젊은 세대의 지지를 받는 이 대표가 자신의 지지세를 묶어서 가져가야겠다는 판단을 한 걸로 보인다”며 “젊은층과 소통을 통해 새로운 도전을 한다거나 신당을 만든다거나 할 때를 대비하는 것일 수 있다”고 부연했다.
한편 천아용인 후보자 중 한 명인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광양·곡성·구례갑 당협위원장은 쿠키뉴스에 “방송뿐 아니라 글을 통해서도 소통하고 그동안 쌓은 것들을 정리하고 재정비하는 시간을 갖자는 의미로 팀블로그를 개설했다”며 “지금 당장 세력화를 해 조직을 모으는 등의 차원은 아니다”고 말했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