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4대(신한·KB·하나·우리) 금융지주의 주주총회에서 총 18명의 사외이사가 재선임에 성공했다. 국민연금은 물론 국내외에서 채용비리·사모펀드 사태 등을 이유로 ‘최고경영자(CEO) 견제’ 역할이 부족하다고 반대 목소리를 높였지만 재선임을 막지는 못했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신한·KB·하나·우리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18명의 사외이사가 재선임됐다. 신한금융에서 곽수근·배훈·성재호·이용국·이윤재·진현덕·최재붕·윤재원 등 8명의 사외이사 재선임됐고, KB금융에서 권선주·오규택·김경호 3명, 하나금융에서 김홍진·허윤·이정원·박동문·이강원·양동훈 등 6명, 우리금융에서 정찬형 1명이 다시 사외이사 타이틀을 획득했다.
금융지주 주총에 앞서 국민연금과 의결권 자문회사들은 이들의 재선임에 반대 의사를 적극적으로 개진했다. 각종 금융사고가 부실한 내부통제 상황에서 발생하는 가운데 사외이사들이 CEO를 견제·감시하지 못하고, 제재나 법적 처벌 과정에 놓인 CEO의 연임을 지지함으로써 기업의 위기를 초래했다고 봤기 때문이다.
국민연금은 신한금융의 성재호·이윤재, 하나금융의 김홍진·허윤·이정원·양동훈, 우리금융의 정찬형 등 총 18명의 재선임 사외이사 가운데 7명의 선임을 반대했다. 국민연금은 공통적으로 “감시의무 소홀”을 선임 반대 이유로 밝혔다. 국민연금이 사외이사 재선임 안건에 반대 의사를 밝히지 않은 곳은 KB금융이 유일하다.
세계적 의결권 자문사인 ISS는 신한금융 사외이사 8명 모두의 재선임 반대를 권유했다. ISS는 “조용병 (전) 회장이 채용비리 혐의에 대해 최종 무죄판결을 받기는 했지만, 이사회가 첫 기소와 1심 유죄판결 당시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문제는 하나금융과 우리금융 사외이사들을 향해서도 동일하게 제기됐다. 하나금융 사외이사들에 대해서는 “함영주 회장의 법률적 우려에도 불구, 계속 이사회 구성원으로 남는 데 찬성했다”고 지적했으며, 우리금융에 대해서는 “손태승 (전) 회장의 법적 우려를 알고 적절한 조치를 취할 시간이 있었지만, 조처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사외이사들이 문제가 있는 CEO를 계속 지지하는 문제는 지배구조 전문 연구기관도 동일하게 지적하는 부분이다. 좋은기업지배연구원(CGCG)은 ISS와 같은 이유에서 신한금융 사외이사 8명 모두, 하나금융은 김홍진·허윤·이정원·박동문·이강원 등 5명, 우리금융 정찬형 사외이사의의 재선임에 반대를 권유했다.
사외이사들이 여러 지적에도 재선임에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사측의 여러 우호지분과 과점주주 세력 등이 이유로 꼽힌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한금융의 재일교포 주주세력이나 우리사주, 우리금융의 과점주주 등 굵직한 주주세력을 우호지분으로 확보하고 있어 주총에서 사외이사 선임안이 부결되기는 쉽지 않다”며 “또한 금융사와 우호지분을 가진 기관이나 세력간에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서로 협력적인 사이”라고 설명했다.
금융당국은 금융지주가 주총을 통한 자체적인 사외이사 교체나 역할 강화에 나서기 어렵다고 보고 제도개선을 준비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해 8월 금융감독원, 학계 등과 금융권 ‘내부통제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출범하고 제도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TF는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금융사 CEO뿐만 아니라 사외이사들 역시 포괄적 책임자로 지정하고, 경영진의 내부통제 관리 업무를 이사회가 감독하도록 명시할 예정이다. 또한 이사회 내 임원후보추천위원회에 외부 인사를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제도개선이 마무리될 경우 내부통제 의무를 소홀히 한 상태에서 금융사고 등이 발생하면 사외이사도 벌금을 물거나 감옥에 가는 등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게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사외이사의 역할과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어 이를 지배구조법에 적용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