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주택담보대출 및 신용대출 연체액(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증가율이 전년 대비 두자리수를 기록했다. 3개월 이상 연체한 부실채권까지 늘어나고 있어 금융권 부실이 현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양정숙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도 주택담보대출 연체금액은 2021년말에 비해 54.7%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신용대출 연체액도 34.4% 늘었다.
국내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2018년말 458조 4285억원 △2019년 487조 783억원에서 △2020년에는 526조 4477억원으로 500조원을 넘어섰으며, △2021년 560조 4494억원 △2022년 569조 8333억원으로 크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대출에 따른 연체금액과 연체율은 △2018년말 1조 892억원(0.24%) △2019년 1조 2411억원(0.25%)으로 1조원을 넘었지만 △2020년에는 9171억원(0.17%) △2021년 6477억원(0.12%)으로 1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2022년에는 다시 1조 20억원(0.18)을 기록했다.
2022년말 기준 전년대비 주택담보대출 연체액 증가율이 가장 높은 업권은 저축은행으로 87.8%에 달했고, 보험사가 67.9%로 뒤를 이었다. 특히, 신한․국민․우리․하나․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증가율이 56.4%를 기록했으며 연체액도 7740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연도별 신용대출 잔액은 △2018년 130조 3,523억원 △2019년 142조 6,338억원 △2020년 173조 192억원 △2021년 187조 8,556억원으로 3년 연속 증가세를 보이다 △2022년에는 169조 4479억원으로 크게 줄어들었다.
연도별 연체액과 연체율을 보면, △2018년 1조 7322억원(1.33%) △1조 5299억원(1.07%) △2020년에는 1조 5344억원(0.89%)으로 연체율 1% 이하 떨어졌지만 △2021년에는 1조 9143억원(1.02%)으로 다시 1%대를 넘어서 △2022년에는 2조 5730억원(1.52%)으로 2조원대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양정숙 의원은 이에 대해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연체액이 작년에 크게 증가해 금융권 부실의 불씨가 되지 않을지 걱정된다”며 “연체액이 2조 5000억원이 넘고 연체율이 1.52%에 달하는 신용대출 부실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신용대출 연체액은 담보도 없이 발생하는 손실을 금융권이 그대로 떠안아야 해 미칠 충격이 큰 만큼 금융당국의 특별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뒤 “연체율이 4%~5%가 넘는 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와 저축은행들에 대한 관리감독과 건전성 강화를 위한 관리 대책이 시급하다”며 금융권 부실로 우리 경제가 무너지지 않도록 금융당국과 업계의 각별한 노력을 촉구했다.
금융취약 고리 여전사·저축은행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과 크레디트스위스(CS) 유동성 위기 여파가 확대되면 여전사나 저축은행의 연체율이 더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가계대출 연체율은 저축은행이 4.7%, 여전사가 2.4%로 이미 전 금융권(0.7%)이나 은행(0.2%)보다 높은 상태다.
특히 저축은행과 여전사에는 고위험가구 대출이 몰려있어 우려를 키운다. 두 업권의 가계대출 중 고위험가구 대출 비중은 각각 26.6%, 16.6%로 은행(7.2%), 상호금융(11.6%), 보험회사(12.4%)를 상회한다. 또한 고위험가구 대출 중 신용대출 비중도 각각 34.1%, 41.1%로 높아 대출자산 회수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
한은은 이를 두고 “(SVB․SC)사태 악화 시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와 일부 취약 금융기관에 대한 신용 경계감 고조로 불안이 확산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에 금감원은 향후 대내외 불확실성 확대 등에 대비해 여전사와 저축은행의 충당금 추가 적립, 자본확충 등을 유도해 손실흡수능력을 제고해 나갈 계획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3일 이와 관련해 “금융권 스스로도 불확실성에 대비해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함께 충분한 충당금 적립 및 자본 확충 등 손실흡수 능력을 제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