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권이 크레디트스위스(CS)의 신종자본증권 상각 사태가 불러온 글로벌 금융 불안을 차단하기 위해 콜옵션(조기상환 청구권) 행사를 약속하고 나섰다. 증권가에서도 국내 금융지주들의 신종자본증권 관련 리스크는 제한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2013년 4월 발행한 5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에 대해 다음 달 중 콜옵션을 행사하기로 했다. 신종자본증권은 주식과 채권 성격을 동시에 지닌 하이브리드채권이다.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산정 시 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어 금융사들이 주로 발행한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없거나 30년 이상으로 매우 긴 특징을 가지고 있다. 만기 연장도 가능해 발행사의 상환 부담이 적어 BIS기준 자기자본으로 인정해 준다. 또한 발행사가 어려운 환경에 놓일 경우 상각도 가능하다. 대신 높은 금리를 제공한다. 시장에서는 사실상 만기가 없지만 발행 5년 뒤 콜옵션(채무상환) 행사를 관례로 보고 있다.
이에 앞서 신한금융지주도 지난 27일 2018년 4월 발행한 135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의 다음 달 콜옵션을 행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한금융지주 관계자는 “콜옵션 행사 방침을 미리 발표하는 것은 CS의 신종자본증권 상각 이후 도이치뱅크의 신용부도스와프(CDS) 프리미엄이 급등하는 등 글로벌 은행 시스템 우려가 확산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국내 은행권이 신종자본증권의 콜옵션 행사를 선제적으로 발표하고 나선 것은 부실에 빠진 CS 처리 과정에서 160억 스위스프랑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이 모두 상각 처리된 영향이다. 그동안 시장에서 신종자본증권은 매력적인 투자처로 인식되어 왔다. 은행 예적금 이상의 금리를 제공하고, 주 발행처인 은행이 파산할 가능성이 낮다고 봤기 때문이다. 국내 5대(KB·신한·하나·우리·NH농협) 금융지주의 지난해 3분기말 신종자본증권 발행 잔액은 총 16조38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CS사태로 대규모 신종자본증권 상각이 현실화 되면서 도이치뱅크의 CDS 프리미엄이 급등하는 등 시장 불안을 불러왔다. 국내 은행권은 유럽에서 시작된 신종자본증권 리스크가 국내 시장에 확산되는 것을 차단할 목적에서 콜옵션 행사를 약속하고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은 국내 신종자본증권의 경우 상각 가능성이 낮다고 강조한다. 국내 신종자본증권은 △부실금융기관 지정 △경영개선명령 △보통주자본비율 5.125% 이하로 떨어진 경우 상각처리된다. 은행권 관계자는 “국내 은행의 경우 자본건전성이 매우 우수한 편이라 당장 조건부자본증권의 상각 가능성이 낮다”고 강조했다.
NH투자증권 정준섭 연구원도 “CS 사태로 신종자본증권 발행 우려가 확대됐다”며 “콜 시점이 도래해도 차환 발행은 어려운 만큼 이전보다 자본비율 관리 부담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다만 “신종자본증권 발행이 어려워도 국내 은행계 금융지주의 기본자본(Tier1) 비율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