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 제정안의 국회 본회의 표결을 앞두고 의료 직역 간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간호법이 국회 문턱을 통과하면 지난 2020년 벌어졌던 의료계 총파업이 재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국회 본회의를 하루 앞둔 29일, 국회 앞에는 간호법의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물결이 일었다. 대한간호협회 등 간호법제정추진범국민운동본부는 이날 국회와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여야는 본회의에서 간호법을 통과시켜라”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간협에 따르면 이날 집회에는 회원 1000여명이 참여했다.
간호법은 현행 의료법에서 간호사의 업무를 명확하게 규정하고, 적정 노동시간 확보 등을 명시한 법안이다. 간호사들은 간호사의 처우가 개선돼야 국민 건강과 환자 안전도 보장받을 수 있으며, 다가오는 초고령화 사회에 늘어나는 간호 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고 말한다.
현장 간호사들은 자유발언을 통해 열악한 임상 현장의 현실을 토로하며 간호법 제정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경남 A병원 오 간호사는 “기본적 권리도 지켜지지 않는 의료 현장에서 일하며 좌절감이 들 때가 많았다. 이를 개선하지 않으면 간호사들은 계속 떠날 것”이라며 “간호법 제정을 통해 간호 환경을 개선하고 숙련된 간호사를 양성해야 환자에게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고 했다.
서울 B병원 유 간호사도 “신규 간호사 절반이 1년 내 퇴사하는 간호 현장의 어려움을 개선하지 않고 대한민국 보건의료 미래를 어떻게 준비할 수 있겠나”라면서 “국민과 환자를 제대로 간호할 수 있도록, 간호사가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하며 이를 위해 간호법이 반드시 국회를 통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간호사단체를 제외한 13개 보건복지의료연대도 오는 30일 국회 앞에서 국회 본회의 통과 반대를 외치는 집회를 개최한다.
의사단체 등은 간호법이 간호사들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내용을 담았다며, 제정될 경우 의료 현장에 혼란이 가중될 것이라 전망했다. 김이연 대한의사협회 홍보이사는 “필수의료 위기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는데 간호법으로 인해 직역 간 갈등까지 폭발할 것”이라며 “국민 건강과 직결된 공익적인 부분이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의협은 ‘총파업’ 카드까지 꺼내며 엄포를 놓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는 간호법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대표자 단식투쟁으로 대응하고 대통령 거부권이 무산될 경우 오는 12일, 곧바로 총파업 찬반투표를 시작할 계획이다.
김경태 의협 비대위 부대변인은 “간호법이 통과되면 의사만 총파업하는 것이 아니라 13개 보건의료 직역도 함께 동참한다. 간호법 제정에 반대하는 시민들과 함께 범국민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예고했다.
오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간호법 제정안이 통과된다면, 마지막 관문은 국무회의 심의·의결이다.
일각에선 간호법이 국회 문턱을 넘을 경우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다만 윤석열 대통령이 간호법을 대선 공약으로 내건 만큼 거부권을 행사할 시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간협 관계자는 “보건복지의료연대에선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고 있는데, 윤 대통령 공약이기 때문에 실제로 행사하긴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 윤 대통령이 직접 약속했는데, 스스로 저버릴 리 없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