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항을 이어가고 있던 토스뱅크에서 느닷없이 ‘위기설’이 불거졌습니다. 얼마 전 올해 하반기부터 손익분기점을 돌파할 것이라고 장담하던 토스뱅크에서 이같은 지적이 발생하자 홍민기 토스뱅크 대표가 직접 나서서 ‘일종의 헤프닝’이라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죠.
왜 느닷없이 토스뱅크의 위기설이 나왔을까요. 그 이유로는 토스뱅크에서 24일 출시한 ‘먼저 이자 받는 예금’ 상품을 출시하면서 시작됐습니다. 해당 상품은 예금자가 만기일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가입과 동시에 이자를 먼저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됐습니다. 금리는 연 3.5%이며, 최대 금액인 1억원을 6개월 동안 예치한다면 세전 이자 176만원을 바로 출금할 수 있습니다.
토스뱅크는 이번 상품을 통해 받게 될 예금 이자를 빠르게 체감하거나 이를 다시 재투자 할 수 있다며 홍보했지만, 금융소비자들과 네티즌들은 “토스뱅크가 유동성이 부족해서 이런 상품을 내놓은 것이 아닌가?”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것입니다.
금융소비자들과 네티즌들의 부정적인 반응은 최근 끊임없이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글로벌 은행 연쇄 위기와 관련이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은행(SVB)가 3월 초 파산한 뒤 시그니처은행이 함께 무너졌죠. 이후 사태는 미국을 벗어나 크래디트스위스(CS)의 유동성 문제로 인한 주가폭락이 이어졌고요.
이 가운데 토스뱅크가 내놓은 신규 상품은 금융소비자들로 하여금 ‘유동성이 부족할 수 있다’는 추측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또한 토스뱅크의 수익구조가 SVB와 비슷한 구조라는 주장도 제기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토스뱅크와 SVB의 수익구조는 어느정도 비슷한 면이 있긴 합니다. SVB는 총자산 2090억달러 중 약 55% 이상을 채권에 투자하고 있었습니다. 대부분이 비교적 안전하다는 미국 장기 국채와 주택저당증권(MBS) 등이었습니다. 대출 비중은 35% 정도에 불과했죠.
일반적으로 상업은행은 소비자가 예금으로 맡긴 돈을 대출로 내주고 이자를 받아 돈을 버는, ‘이자장사’에 특화되어 있다 보니 총자산의 절반 가량은 대출로 구성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SVB의 주고객이었던 실리콘밸리 테크 기업과 스타트업들은 회사를 상장하거나 투자를 유치하는 식으로 주로 자금을 조달하다 보니 대출이 나가지 않았고, SVB는 채권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하려 했습니다. 이후 SVB는 금리상승기가 길어지면서 채권 가격 폭락과 손실로 이어졌고, 뱅크런으로 이어지고 말았죠.
토스뱅크도 수익구조가 특이합니다. 총자산에서 유가증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64%(작년 9월말 기준)에 달하죠. 대출금 비중은 7조1292억원으로 26%에 그쳤습니다. 26일 기준으로는 대출이 9조3000억원까지 늘어, 이제 30%대로 올라왔다지만 여전히 시중은행 대비 적은 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세세하게 따져보면 SVB와 토스의 구조는 다릅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토스뱅크가 보유하고 있는 채권중 만기가 3년 이내로 짧은 채권자산 규모는 10조3552억원에 달하며, 만기가 3년 이상인 채권자산 규모는 6조7718억원입니다. 만기가 짧은 자산이 훨씬 많죠. SVB는 10년 이상의 장기채권을 보유하고 있어 유동성이 떨어지게 됐지만, 토스는 유동성 문제가 생기더라도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이 많다는 뜻이죠.
토스뱅크는 이를 바탕으로 현재 토스뱅크의 고유동성자산은 14조5000억원 가량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22조원에 달하는 수신이 단기간에 빠져나가더라도 이를 대비할 수 있는 자산이 14조5000억원에 달한다는 뜻입니다.
다만 토스뱅크의 대출비중이 낮다는 점은 개선되야할 문제로 보입니다. 현재같은 금융 불안정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수익성이 한 곳에 몰려있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SVB의 뱅크런이 금융소비자들의 ‘불안감’에서 발생한 만큼 토스뱅크도 이를 인지하고 신뢰할 수 있는 모습을 적극적으로 보여야겠죠.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