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이 여야 정치권에 실망하고 있다. 지난해 대선과 지선 국면에서 청년 문제를 팔 걷고 나서 해결할 것처럼 수선을 떨더니 전혀 달라진 게 없어서다. 정부여당은 물론이고 전통적으로 젊은 층의 지지를 받아왔다고 여겨지는 민주당에 대해서도 쓴소리가 쏟아졌다.
정치 성향에 따라 자신의 태도 취하던 기성세대들과 다르게 각 정당의 정책을 직접 보고 내년 총선에 투표권을 행사하겠단 주장들은 주류였다.
쿠키뉴스가 지난달 31일 서울 시내 대학가를 비롯한 각처를 돌면서 2030세대를 대상으로 수 건의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청년층 다수는 정치권에 커다란 배신감을 느꼈다. 지난해 유독 다른 때보다도 청년 문제에 집중해온 정치권에 내심 기대했지만, 결국 ‘희망 고문’ 중인 정치권에 실망했다는 것이 이유다.
특히 청년들은 정치권이 ‘청년팔이’를 그만두기를 바랐다. 청년세대의 고민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의지는 없으면서 생색내기식으로 보여주는 단편적 정책이 오히려 정치 혐오를 더욱 부추긴다고 호소했다.
서울교대 4학년에 재학 중인 김민정 학생은 “지난해 대선·지선 때 유독 청년 얘기가 많이 나와 크게 개선될 것을 기대했다. 근데 정작 청년임대주택 관련 예산이 삭감됐다”며 “청년세대를 위한다고는 하지만 선거를 위해서 청년을 이용한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고 말했다.
이어 “청년 주택 문제, 저출산 해결 문제 등 장기적인 진짜 대책은 내놓지 않으면서 현실성 없는 대책으로 생색내기만 하는 것을 보면 대학생들이 정치에 학을 떼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고 지적했다.
30대 직장인 A씨는 “정치권에서 입이 닳도록 ‘청년’을 강조하는데 요즘은 ‘청년’이란 단어에 거부감이 들 정도”라며 “청년 정치인이라고 하는 이들도 청년을 제대로 대변하기보다 개인의 정치적 이익을 위해 ‘청년팔이’하는 것 같다. ‘청년’ 그만 들먹이고 약속한 청년 공약들이나 잘 실천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청년들을 위한 정책을 만들어 놓고는 몇 년이 지나면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슬그머니 혜택을 줄이는 모습에도 불만을 보였다.
20대 직장인 최지수씨는 “중소기업에 근무하는 청년들의 목돈 마련을 위해 도입된 청년내일채움공제의 대상이 올해부터 건설 업종으로 축소했다고 한다”며 “청년에게 희망을 준다고 홍보했는데 나중에 혜택을 줄이는 것은 너무 비겁하다”고 비판했다.
정치권에 강한 배신감을 느끼지만, 내년 총선에는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이들은 꽤 많았다. 객관적으로 다른 세대에 비해 젊은 세대의 투표율이 낮지만, 정치의 효용성에 대해서는 이해하고 있는 듯 보였다. 다만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에 대한 지지를 미리 표하기보다는 어떠한 정책을 내놓는지 어떤 식의 말들을 하는지 보고 판단하겠단 다소 유예하는 태도를 보였다.
충남대 인문대학에 재학 중인 최준원 학생은 “선거권이 생긴 후 투표 안 해 본 적이 없다. 내년 총선에 반드시 투표할 것”이라며 “평소 민주당을 지지해왔는데 지금의 모습을 보면 무조건적인 지지를 보내진 못할 것 같다. 정책을 보고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올해 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직장에서 인턴 중인 20대 청년 B씨는 평소 민주당을 지지했지만, 내년 총선에서는 무조건 민주당 후보자를 뽑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확히 어떤 정당에 표를 행사할지 말하기는 아직 이른 것 같다”며 “친민주적 정치 성향을 지니고 있지만, 양당제의 폐해가 큰 만큼 정의당 등 진보정당에 투표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황인성 기자 his11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