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KFA)가 승부조작 사건 관련자를 포함한 축구인 100인 징계 사면이 거센 비판에 직면하자 사흘 만에 전면 철회를 결정했다.
KFA는 31일 오후 4시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고, 지난 28일 이사회에서 의결한 축구인 100인 징계 사면 건을 전면 철회하기로 했다.
KFA는 지난 28일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맞대결을 앞두고 “서울월드컵경기장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열고 징계 중인 축구인 100명에 대해 사면 조치를 의결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사면 대상자는 각종 비위 행위로 징계를 받고 있는 전·현직 선수, 지도자, 심판, 단체 임원 등이었다. 대상자 중에는 지난 2011년 프로축구 승부조작으로 제명된 최성국, 임동균 등 선수 48명도 포함됐다. KFA가 사면 조치를 단행한 것은 지난 2009년 이후 14년 만이다.
KFA는 사면 배경에 대해 “창립 90주년을 맞이했고 월드컵 10회 연속 진출 및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을 달성했다. 빛나는 성과를 축하하고 새 출발하는 시점에서 축구계 대통합을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스포츠의 기본 가치인 공정성을 훼손한 행보에 축구 팬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붉은 악마는 “승부조작과 불법 도박은 한국 축구의 근간을 흔들었던 최악의 사건으로 한국 축구사에 큰 오점을 남겼다”며 “정몽규 회장 이하 축구협회 수뇌부는 지난 12년 모두의 노력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리는 행위를 일으켰다”고 사면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결국 협회는 무리수나 다름없었던 승부조작 가담자 등 징계 사면 결정을 사흘 만에 스스로 뒤집었다.
정몽규 KFA 회장은 임시 이사회가 끝난 뒤 “승부 조작이 스포츠의 근본정신을 파괴한다는 점에는 다른 의견이 없다. 위법 행위는 정당화할 수 없다”라면서 “이번 징계 사면 결정에 대해서는 사려 깊지 못했다. 미흡했던 점에 대해서 대단히 송구스럽다. 대한축구협회를 향한 질타를 엄중히 받아들이겠다. 축구 팬들에게 심려를 끼친 점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김찬홍 기자 kch094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