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유통·식품업계가 줄줄이 가격 인하에 나서고 있다. 올 초부터 업체들의 잇따른 가격 인상과는 반대되는 행보다.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부담을 덜고 물가 안정에 도움을 주는 한편 여름철 성수기를 앞두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편의점 CU는 이달부터 자체 즉석 원두커피인 GET 커피 가격을 2100원에서 2000원으로 내린다. CU가 물가 안정을 위해 지난해 GET아메리카노 1+1 행사를 진행한 적은 있지만 가격을 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BGF리테일 측은 “최근 전방위적 물가 오름세에 가격 민감도가 높아진 현상을 고려한 결정으로, 다가오는 여름 아이스커피의 수요가 늘어날 것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오뚜기도 여름철 성수기를 앞두고 일부 제품 가격을 인하하기로 결정했다. 고물가에 먹거리 가격이 치솟으면서 소비자들의 물가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오뚜기는 이달부터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진짜쫄면’ 봉지면 가격을 10.5% 내렸다. 이에 따라 진짜쫄면 봉지면의 낱개 가격은 1900원에서 1700원으로 조정됐다. 4입 제품은 7600원에서 6800원으로 낮아졌다.
제품 가격 인상을 보류한 업체들도 있다. 롯데제과는 이달 예정된 아이스크림·과자류의 편의점 가격 인상을 연기하기로 했다. 정부의 물가 안정 요구 속 기업 브랜드 이미지 관리 차원에서 보류를 결정했다는 해석이다.
다른 식품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CJ제일제당과 풀무원샘물은 연이어 제품 가격 인상 계획을 철회했다. 하이트진로의 경우 소주 가격 동결을 공식 발표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고물가 상황 속 정부의 압박이 이어지면서 유통·식품 업계가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지난 2월 식품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올 상반기 제품 가격의 인상을 자제해달라고 당부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6일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주요 먹거리 가격안정을 위해 정부도 식품 원재료 관세인하 등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면서 “업계도 생산성 향상 등 원가절감을 통해 인상요인을 최대한 흡수해달라”고 요청했다.
추 장관은 이어 “여전히 물가수준이 높아 민생부담이 큰 만큼 정부는 물가 둔화세가 가속화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외식과 가공식품 등 먹거리 가격은 잇따라 인상되고 있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달 외식물가지수는 115.45로 지난해 동월보다 7.5% 올랐다.
지난해 외식 물가 상승률은 가파르게 올라 9월에는 9.0%까지 치솟기도 했다. 1992년 7월(9.0%) 이후 30년 2개월 만의 최고치를 찍었다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다.
지난해 10월 8.9%, 11월 8.6%, 12월 8.2%에 이어 올해는 1월 7.7%, 2월 7.5% 등으로 5개월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업계에서는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가격 인하 조정이 이뤄졌다고 보고 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여름에는 성수기 시즌이라 제품 판매가 느는데 가격이 제일 중요한 요인이다. 업체들이 여름철 가격 경쟁력 때문에 (가격 인상을) 조정한 부분”이라며 “물가 안정의 영향도 있고 가격 인하가 업계 전체적인 분위기인 것 같긴 한데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