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2분기에만 보험사 자본성증권 콜옵션 추정액은 약 2조원 수준이다. 보험사별로는 이달 23일 한화생명이 외화 신종자본증권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 12일 메리츠화재가 1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콜옵션 만기를 앞두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예정대로 조기상환한다는 입장이다. 내달에는 DB생명이 300억원, DGB생명이 500억원, KDB생명이 2억 달러(약 2600억원) 만기를 앞두고 있다. 오는 6월에는 롯데손해보험(600억원), 신한라이프(2000억원) 등으로 추정된다.
콜옵션은 자산을 특정 시점에 미리 정한 가격으로 살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영구채는 만기가 없는 채권이지만 보통 발행 이후 5년이 지난 시점에서 발행사가 콜옵션을 행사해 이를 다시 매입하는 게 시장 관례다.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것은 발행사가 자금을 조달할 능력이 없거나 시장상황이 좋지 않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특히 KDB생명 콜옵션 이행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KDB생명이 지난 2018년 발행한 2억 달러 규모 신종자본증권의 경우, 발행금리가 7.3%로 높은 편이다. KDB생명의 지난해 2분기 기준 총자본은 6078억원으로 전년 동기(8918억원) 대비 38.9% 감소했다. 조기상환 시 자본잠식 우려가 크다. 대주주 자금 지원 여부도 불투명하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KDB생명 매각을 5번째 시도하고 있는 만큼 선뜻 자금 투입에 응할지 의문이다. KDB생명은 “콜옵션은 계획대로 이행할 예정”이라며 “당국과 대주주와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고금리 상황과 맞물려 이자 부담이 클 것으로 예상되고, 최근 SVB 파산에 이어 스위스 투자은행(IB)인 UBS가 CS 인수 과정에서 신종자본증권을 미상환하기로 결정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정성이 확대되고 있는 점도 악재다. 미분양 물량 급증으로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고 있어 보험사들이 공격적으로 투자했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도 커지고 있다.
조영현 보험연구원 금융시장분석실 실장은 “분명한 사실은 자본성 증권의 차환 발행 여건이 안 좋아졌다는 것”이라며 “특히 신용등급이 낮은 회사의 경우에는 차환 발행이 어려울 수 있다. 우량한 회사의 경우에는 큰 문제가 없겠지만 자본성 증권을 많이 발행한 회사나, 건전성이 약한 보험사들의 경우 자금을 어떻게 조달할지 계획을 철저히 세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흥국생명은 5억 달러(약 7100억원) 규모의 해외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콜옵션 미이행 결정을 했다가 해외 투자자들에 한국 채권 시장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지는 등 시장에 혼란이 가중되자 입장을 번복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