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구제 대출이나 그런 걸 하게 되면 그냥, 제 자신이 구속될 것 같잖아요. 내가 너무 범죄자 같고, 이렇다 보니까 대응을 못해요. 가담한 거라고 생각을 하게 되니까, (그쪽에서) 신고하세요! 하면은, 저는 못 하잖아요 신고를. 내가 가담했는데” 내구제 대출 피해자 김ㅇㅇ씨
“경찰서를, 가는 게 어떻겠냐고 이야기를 들었어요, 그러면은 제가 핸드폰깡 한 것 자체도 약간 불법이잖아요. 그래서 경찰서에 가서 자수를 한다 해도 제가, 또 벌금을 물 수도 있다고 그렇게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경찰서에 갈까 어쩔까 걱정을 하다가, 못 했어요” 내구제 대출 피해자 김ㅁㅁ씨
내구제대출이나 작업대출 등 불법대출이 청년들을 대상으로 횡행하는 가운데 피해를 입은 청년들이 신고를 주저하고 있다. 현행법상 불법대출의 피해자여도 피해 과정에서 본인명의 휴대전화를 양도하거나 공·사문서 위조 등 불법행위에 가담했을 경우 형사처벌을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범죄자들은 이러한 심리를 이용해 사회의 처벌을 교묘히 피해가고 있다. 피해자들의 신고를 유도하기 위해서라도 구제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대목이다.
먼저 내구제대출(나를 구제하는 대출)은 신용등급이 낮지만 돈이 급하게 필요한 사람이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나 유심(USIM)을 넘기고 일정 금액(30~50만원)을 받는 불법 대출이다. 범죄자들은 통신료 등이 부과되지 않는다고 피해자들을 속이지만 몇 달 뒤 피해자들은 통신료와 함께 막대한 소액결제 비용까지 부담해야 한다. 범죄자들은 넘겨받은 휴대전화로 소액결제나 소액대출을 한도까지 받고 상환 책임은 모두 피해자에게 떠넘긴다.
특히 내구제대출은 피해자를 범법자로 만들고 있다. 본인 명의의 휴대전화를 타인에게 넘기는 행위는 형사처벌 대상이다. 현행 전기통신사업법 30조와 처벌 조항인 97조는 휴대전화를 타인에게 양도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의 벌금 처분을 내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는 휴대전화가 보이스피싱 등 범죄조직에 넘어가는 상황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이지만 피해자의 신고를 가로막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저조한 신고는 이러한 종류의 불법대출이 사회에서 근절되지 않고 반복되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사실 내구제대출은 과거 ‘휴대폰 깡’, ‘휴대폰 재테크’ 등 이름만 달리 했을 뿐 지속적으로 피해자를 양산해 왔다. 따라서 불법대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피해자 처벌만큼이나 구제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크다.
광주청년지갑트레이닝센터 관계자는 “대포폰이나 대포통장과 관련된 문제를 근절하고자 한다면 피해자 가된 청년들을 처벌하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해외 사례들을 보면 소비자가 불합리한 조건의 계약을 체결할 때 구제하는 법률이나 아니면 미연에 방지하거나 사업자 책임을 더 강화하는 법령들이 있다”면서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결과 중심적으로 ‘불법 행위를 했으니 처벌 받으라’는 처벌 중심으로 대응하고 있어 근본적 해결이 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문제는 작업대출에서도 동일하게 발생하고 있다. 작업대출에 연루된 청년들도 형사처벌 대상에 들어간다. 작업대출은 허위 서류를 이용해 대출을 받는 수법이다. 주로 대출 브로커가 SNS 등을 통해 대출이 힘든 사람에게 접근해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허위 서류 등을 만들어 주고 고액의 수수료를 가로챈다.
특히 작업대출은 최근 취업 사기 등과 연결돼 청년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 범죄자가 취업 광고를 올려 취업지원자를 모집하고, 신용도를 확인하기 위해 대출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지원자의 개인정보를 받아 저축은행에서 작업대출을 받는 수법이다. 이후 회사명의 계좌로 대출금을 입금시키면 회사가 직접 대출금을 상환해준다는 말로 속여 청년들의 돈을 편취하고 범죄자로 만들고 있다.
작업 대출은 공·사문서의 위·변조로 이뤄지는 사기이기 때문에 대출 신청인도 처벌대상이다. 대출 신청인 명의로 제출된 서류들이 금융기관을 속였다고 보기 때문이다. 더욱이 피해자는 금융질서 문란자로 등록돼 금융 거래 제한을 받게 되고, 취업 때 불이익까지 받게 된다.
참여연대 이연주 간사는 “작업대출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대출 브로커나 업체들을 잡아내는 것”이라며 “청년들이 모르고 서류조작에 가담하는 부분도 있는데 이를 모두 처벌하면 신고조차 못하는 상황이 되버린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는 청년들이 신고를 주저해 실태조사 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이는 피해를 입은 청년들을 상담조차 받지 못 하는 상황을 몰아넣고 있다”며 “실태조사와 구제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