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내장 보험금 미지급에 환자 ‘발동동’… “당국 적극 개입해야”

백내장 보험금 미지급에 환자 ‘발동동’… “당국 적극 개입해야”

‘백내장 보험금 피해사태 해결방안 마련’ 국회 토론회

기사승인 2023-04-11 18:50:53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백내장 보험금 피해사태 해결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백내장 수술을 받았는데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담당 주치의가 분명 백내장 판정을 내렸음에도, 보험사는 별도로 받은 의료자문 결과를 내놓으며 보험금을 줄 수 없다고 말한다. 이렇게 보험사가 지급을 거부한 피해자는 수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피해 규모가 큰 만큼 정부와 국회가 적극 나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과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동주최하고 쿠키뉴스가 주관하는 ‘백내장 보험금 피해사태 해결방안 마련’을 위한 국회 토론회가 11일 국회의원회관 제 1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이번 토론회는 지난 2월6일 개최된 ‘실손보험 미지급 사태’에 대한 국회 정책 간담회의 후속 토론회다. 

백내장은 누구나 겪는 퇴행성 질환으로, 우리 눈 속의 투명한 수정체에 혼탁이 온 안질환을 말한다. 가까운 거리와 먼 거리의 시력이 모두 떨어져,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다. 백내장 수술을 받을 수 있는데, 그중 ‘다초점 인공수정체 삽입술’은 기존에 하나의 초점만 맺던 ‘단초점 인공수정체’의 한계를 보완한 수술이다. 수술 시 모든 거리의 시야를 개선할 수 있는 데다, 수술 후 돋보기안경을 별도로 착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백내장 수술은 포괄 수가제의 적용을 받는 치료로, 입원치료를 전제로 해 입원한도 최대 5000만원을 지급해왔다. 다만 단초점 인공수정체 수술만 건강보험이 적용돼, 다초점 인공수정체 수술을 할 경우 추가되는 다초점렌즈 비용은 환자가 가입한 실손보험으로 청구해야 한다.

환자들은 평생 ‘한 번’ 하는 수술이기 때문에 다초점 인공수정체 수술을 택했고, 보험사들은 이 점을 이용했다. 이전까지 수백억원 규모였던 백내장 실손 청구금액 규모가 다초점 인공체 수술을 택한 환자들이 늘며 1조원 가까이 치솟았다. 이에 손해보험 업계는 과잉진료 방지와 보험금 누수 규모 감소를 명목으로 백내장 수술 지급기준을 강화했다.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들의 몫이 됐다. 백내장 보험금 미지급 피해자들의 공동소송을 주도하고 있는 실손보험 소비자권리찾기 시민연대(실소연)는 가입자가 1670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실소연은 이번 백내장보험금 청구 소송은 역대 가장 큰 규모의 실손보험소송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보험사들은 어떻게 실손보험 청구를 거절할 수 있었을까. 백내장 환자들은 담당 주치의가 백내장 판정을 내렸더라도 별도의 의료자문를 통해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거나, 입원치료가 아닌 통원치료에 해당한다면서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고 호소했다.

의료자문은 보험 가입자가 보험금을 청구하면, 보험사에서 보험금을 주는 것이 적절한지 따져보기 위해 의료자문을 진행한다. 무분별한 보험금 지급을 막기 위한 취지다. 

그러나 피해자들은 의료자문이 보험금 지급 거부를 위해 악용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보험사가 사실상 직접 자문하는 구조 때문이다. 공동소송을 담당하는 장휘일 법무법인 비츠로 변호사는 “백내장 진단이 적정했는지 보기 위해 의료자문을 하는데, 이를 의뢰하는 손해사정사가 보험사의 자회사”라면서 “축구 한일전을 하는데 심판이 일본 심판인 셈”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백내장 수술의 경우 의사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어, 의료자문 실효성에 대해서도 의문을 표했다. 장 변호사는 “세극등 현미경을 통해 수정체 혼탁도를 관찰하기 때문에 백내장 정도에 대한 판단은 의사마다 주관적으로 다를 수 있다”며 “가장 정확한 검사는 담당의사가 세극등 현미경을 통해 육안상 백내장을 확인하는 것이라는 판결도 있다”고 밝혔다.

게다가 자문을 한 의사도 성명불상이다. 그는 “자문검토를 한 의사가 누군지 불분명하다. 병원명만 기재돼 있고, 의사 이름도 없고 도장도 찍혀있지 않다”고 피력했다. 

입원 치료를 받아야 하는지, 통원 치료를 받아도 되는지도 쟁점이다. 환자들은 백내장 수술이 의료 서비스의 종류나 양에 관계 없이 어떤 질병에 따라 입원했는가에 따라 진료비를 책정하는 ‘포괄수가제’를 적용하기 때문에, 입원 치료가 전제에 깔려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보험사들은 백내장 치료를 통원치료로 해석했다. 보험 상품에 따라 달라지지만 입원의료비는 최대 5000만원을 지급해야 하지만, 통원의료비는 최대 25만원만 줘도 된다.

법원은 보험사의 손을 들어줬다. 지난해 1월 서울고등법원은 ‘백내장 수술은 그 치료의 실질이 입원치료가 아닌 통원치료’라고 판단해 통원치료비를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는 대법원도 같은 의견이다. 대법원은 이듬해 심리를 열지 않고 기각 판결을 내려 원심을 확정하는 심리불속행 기각 결정을 내렸다. 

장 변호사는 “의료기관이나 금융감독원도 (백내장 수술은) 입원이라고 생각했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도 백내장은 입원이라고 홈페이지에 게재했다”며 판결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백내장 보험금 피해사태 해결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박효상 기자

토론회 참석자들은 당국이 적극 개입해 백내장 환자들을 구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발제를 맡은 장 변호사는 “금융감독원이나 유관 부처들은 정책적 차원의 ‘입원’의 의미에 대한 어떠한 유권해석도 내놓고 있지 않다. 보험사와 피보험자의 분쟁이 있으면 알아서 하라며 방관하는 상황”이라며 “피보험자 입장에선 정부에 기대거나 소송을 걸거나 두 가지 뿐인데, 의료자문제도에 있어 입법 개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제언했다.

정경인 실손보험 소비자권리찾기 시민연대 대표도 “제적 이유나 또는 여건이 허락하지 않아 소송에 참여하지 못하는 다수의 피해자들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면서 “국회가 더 많은 관심을 갖고 행동에 나서달라. 정확한 피해규모 집계, 보험사별 백내장 보험금 부지급 사유 실태조사, 보험사들의 의료자문과 개인정보보호법위반 등 명백한 불법행위들에 대해 금감원 종합검사가 이뤄지도록 조치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역시 “단순히 1000명이 소송 중인 백내장 수술 환자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실손보험을 의지할 수밖에 없는 많은 환자들에게 중요한 문제”라며 “국회와 정부가 나서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김동운 쿠키뉴스 기자는 “의료자문이 악용 당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그나마 3자 의료 자문만큼은 법적 분쟁 전 최후의 보루인 것 같다”며 “문제는 대학병원에서 이에 대해 부담을 느껴 의료자문을 받아주는 곳이 없다고 한다. 의료계와 금융당국이 나서서 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국회도 해결책 마련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금융위원회와 지난 2017년부터 ‘공사보험정책협의체’를 구성해 건강보험과 실손보험이 어떤 식으로 상호관계를 맺을지 협의해왔다. 이 협의체를 통해 환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김현아 보건복지부 필수의료총괄과 사무관은 “백내장 수술과 관련해 지난해 실손보험청구액이 과하고 건강보험에도 영향을 준다는 지적이 있어 급여 청구 전 의료기관 체크리스트를 마련해 꼭 필요한 진료였는지를 체크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후에도 현장에서 실손보험사와 보헙금 지급 분쟁이 많이 발생해 공사보험협의체 통해 논의하면서 환자 건강과 알권리 보장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했다.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은 “실손보험을 들어놓고도 치료비를 내지 못해 거액의 빚을 지는 사례도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라며 “보험료를 성실히 납부한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도록 국회에서 필요한 법·제도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천편일률적인 판단으로 정작 백내장 수술을 했음에도 실손보험금을 못 받는 피해자가 급속히 늘고 있다”면서 “해결의 실마리를 모색하도록 국회에서 지혜를 모아 합리적인 대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지방 쿠키뉴스 대표는 “보험은 공적 부조이면서 또 기업이 수익을 내기 위해 판매하는 상품이라는 두 가지 성격이 있다. 서로 모순되는 것 같지만 어느 한쪽이 무너지면 다른 쪽도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실손보험 가입자들의 목소리가 정부와 보험사에 잘 전달되고 보험사 입장과 계획도 국민에게 소상히 소개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아울러 손해사정사 직접 선임권 제도가 보험사와의 분쟁을 예방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었다. 염선무 실손 손해사정 대표 손해사정사는 “실손보험금을 청구할 때 금융당국이 도입한 ‘손해사정사 선임권’ 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소비자가 직접 손해사정사를 선임하기 때문에 공정하고 객관적인 보험금 판단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손해사정사 선임 비용을 보험회사가 전액 부담하기 때문에 비용 부담도 없다”고 덧붙였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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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been1123@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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