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2일 불법 외화 송금사태 문제로 최고경영자(CEO)를 제재하는 것에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금감원이 밝힌 ‘엄정 조치’ 입장에서 다소 후퇴한 자세로 보인다.
이 원장은 이날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민생 침해 금융 범죄 근절을 위한 비대면 생체인증 활성화 정책토론회’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불법 외화 송금 사태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제재 대상이 누구고, 정도가 어떻게 되는지 말씀드리기 어렵다”면서 “이상 외화 송금 사태에서 적절한 시스템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CEO를 제재하는 게 적정한지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신중한 입장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와 라임 사태 이후 내부통제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법률적 책임 범위에 많은 논의가 있었다”면서 “금융위원회를 중심으로 내부통제의 위법 요인과 기준을 정하는 절차를 올해 안에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원이 국내은행 12개와 NH선물 등 13곳에 대한 검사에 나선 결과 총 122억6000만달러(약 16조원) 규모의 이상 외화송금 거래와 금융회사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를 확인했다.
은행권에서는 신한은행의 이상송금 규모가 23억6000만달러로 가장 많았다. 뒤이어 우리은행이 16억2000만달러, 하나은행 10억8000만달러, 국민은행 7억5000만달러, 농협은행 6억4000만달러 순이다. 전체적으로는 NH선물의 이상송금 규모가 50억4000만달러로 가장 컸다. 이상송금이 이뤄진 업체 수는 총 84곳(중복 제외)이다.
금감원은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각 금융회사에 검사결과 조치예정 내용을 사전통지했다. 지난 4일 관련 브리핑에서 이준수 금융감독원 부원장은 이와 관련해 “사안이 중요해 관련 법규에 따라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경우, 해당하는 임원에 대해 엄정 조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는 CEO제재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이 원장이 CEO제재에 신중론을 펼친 이유는 내부통제가 부실했다고 해서 CEO를 처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불명확하다는 점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오는 20일 열리는 제재심의위원회(제재심)에서도 은행장은 제재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 원장은 이날 새마을금고 유동성 우려와 관련해 “새마을금고의 현황이나 추이가 우리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이 있다”며 “행정안전부 소관이라 하더라도 그걸 남의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계속 챙겨보고 있었다”고 언급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