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되면 이직 고민하는 사람들 많을 겁니다. 지금 들어온 직원들은 이제 과장 달기도 어려워요” (금융위 직원)
국내 금융정책을 총괄하는 금융위원회의 인력 이탈이 계속되고 있다. 서울에 위치한 금융위는 신입 공무원들에게 인기 부처이지만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금융위 공무원들은 인사 적체와 과도한 업무, 상대적으로 낮은 급여에 민간기업으로 이탈을 고민하는 상황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 과장 L씨는 이르면 이달 중 삼성생명으로 이직할 예정이다. 그는 상무직급으로 삼성생명 정책지원팀장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의 인력 이탈은 최근 수년간 계속되고 있다. 2021년 서기관 두 명이 각각 삼성화재와 한화생명 임원으로 이직했다. 지난해에는 고참 과장급 인사가 메리츠화재로 이직했으며, 사무관 3명이 사표를 쓰고 코인업계로 이동했다.
실무 핵심 인력의 이탈을 두고 금융위 내부에서는 많은 업무량과 인사 적체, 급여, 이직 분위기 등 다양한 이유를 꼽는다. 먼저 금융위는 정부 부처 중에서도 많은 업무량 탓에 야근이 잣은 부처로 알려져 있다. 워라벨을 중요시하는 최근 시대 흐름 속에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야근은 물론 주말근무까지 해야 하는 직원들의 고충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무량보다 현직 금융위 직원들이 더 아쉬움을 토로하는 부분은 인사 적체 문제다. 한 금융위 직원은 “일을 열심히 해도 위로 올라갈 수 있는 자리는 한정돼 있다”며 “사명감을 가지고 일을 했을 때 위로 올라갈 수 없다는 좌절감에 직원들이 (이직을) 많이 고민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직한 직원들이 민간에서 받는 처우를 보고 마음이 더 흔들린다”고 덧붙였다.
이번에 삼성생명으로 이직하는 L씨가 맡기로 한 것으로 알려진 정책지원팀장은 당초 부사장급 이 담당하던 업무로 삼성생명 부사장은 6~8억원대 연봉을 받고 있다. L씨가 상무급으로 이동할 경우 최소 5억원대 연봉이 보장될 것으로 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금융위 직원은 “앞서 코인업계로 이직한 사무관들도 최서 3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고 이직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많은 업무와 인사 적체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동료 직원들이 고액의 연봉을 받고 민간에 안착하는 모습에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직원은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민간 업계로 이직한 금융위 사무관 출신 인사도 “승진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아 이직을 결정했다”며 “공무원 시절의 사명감은 줄었지만 현재의 일에 만족하며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 핵심 인력들의 이탈은 금융정책의 전문성과 연속성을 떨어트린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된다. 금융위 직원은 “이직한 직원들은 내부에서 다들 일을 잘한다는 평가를 받던 이들”이라며 “그동안 충분한 경험을 쌓은 전문인력들이 외부로 나간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비단 공무원의 이직 문제는 금융위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행정연구원이 공무원 6000명을 상대로 조사한 ‘2022년 공직생활실태조사’에 따르면, ‘기회가 된다면 이직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한 중앙부처 및 광역자치단체 공무원이 45.2%에 달했다. 이는 전년도 보다 11.7%p(포인트) 높아진 수치다.
한국행정연구원은 공무원의 이탈을 막기위해 “성과를 바탕으로 하는 투명하고 정확한 평가와 보상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구원은 “공직의 난이도는 높아지고 사회적 지위는 낮아졌다는 인식이 확산하고 있다”며 “가장 큰 메리트였던 공무원 연금체계의 개편은 공무원 사기 저하의 한 요인으로 지목된다”고 지적했다.
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