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치매로 인해서 이상행동을 하는 그 상황이 너무 힘들었어요. 무기력해지고 우울하고 스스로도 ‘내가 이렇게 우울한 사람이 아닌데 어떻게 하면 다시 긍정적인 나로 돌아갈 수 있을까’ 생각했어요”(박모씨)
아픈 가족을 돌보는 ‘가족돌봄청년’의 우울감 유병률은 약 61%로 일반 청년(약 8%)의 7배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미래계획에도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보건복지부는 26일 ‘2022년 가족돌봄청년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는 가족돌봄청년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체계를 마련하기 위해 지난해 첫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13~34세 가족돌봄청년을 대상으로 지난해 3~5월 4만3832명에게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지난해 7~9월 810명에게 심층조사를 실시해 얻은 결과다.
가족돌봄청년의 주당 평균 돌봄시간은 21.6시간이며, 주당 15시간 이상 돌봄을 부담하는 비율은 39%로 나타났다. 가족돌봄청년 본인이 돌보기를 희망하는 시간(희망돌봄시간) 14.3시간에 비해 7.3시간 더 길게 돌보고 있었다. 평균 돌봄기간은 4년에 가까운 46.1개월이었다.
구체적인 돌봄활동으로 △가사(68.6%) △함께 시간보내기(63.70%) △병원동행·약 챙기기(52.59%) △용변 보조, 자세 바꿔주기 등 자기관리 돕기(39.14%) △이동돕기(38.40%) 등을 수행한다고 응답했다. 가사활동에 부담을 느낀다고 응답한 가족돌봄청년의 비율은 약 34.4%로 일반청년에 비해 4배 이상이었다.
가족돌봄청년은 일반 청년보다 삶의 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삶에 대한 불만족도는 22%로 일반 청년(약 10%)의 2배 이상이었다.
약 37%는 미래계획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응답했다. 조사에 응한 임모씨는 “엄마 병원에 있는데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수강신청을 한 수업에서 제가 빠지면 자기가 대신 들어갈 수 있냐고 물었다”며 “그때 ‘나는 친구들과 가는 길이 다르구나’ 느껴 자퇴를 했다”고 털어놨다.
이들은 생계비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필요한 복지 서비스로 △생계 지원(75.6%) △의료 지원(74.0%) △휴식 지원(71.4%) △문화 여가(69.9%)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청년이 주돌봄자인 경우 문화 여가보다 심리 지원(76.8%), 19~34세 청년은 휴식 지원(77.6%)이 가장 필요하다고 답했다.
복지부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반영해 가족돌봄청년에 대한 발굴 강화, 상담·안내 활성화, 맞춤형 사회서비스 지원 등을 통해 돌봄 부담을 완화하고 일상 회복을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최종균 복지부 인구정책실장은 “더 이상 가족에 대한 돌봄 부담으로 청년이 본인의 미래를 포기하는 상황에 놓이지 않도록,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반영해 가족돌봄청년에 대한 체계적 지원방안을 마련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