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예산 체감하십니까

로또 예산 체감하십니까

전주시 임기 후 공약금액이 임기 내 금액의 2배 육박
약속한 ‘폭탄예산’은 오리무중
메니페스토본부, "선거공약은 시민과의 약속이자, 고용계약서" 지적

기사승인 2023-05-03 09:01:25
"전주시민 여러분, 로또 예산 체감하십니까? 예산 폭탄을 맞은 느낌은 어떻습니까?"

지난해 선거에서 우범기 전주시장 후보는 전주시민에게 본인이 기획재정부 출신임을 내세우며 전주시장에 당선되면 정부로부터 로또 예산을 퍼오겠다고 공약했다.

그런데 시민들은 우범기 시장 취임 1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도 국가예산의 혜택을 전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우 시장의 임기 내 공약(公約)까지도 공약(空約)으로 변할 수 있다는 의심으로 이어진다.


지난달 17일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이하 ‘매니페스토본부’)가 발표한 '민선 8기 기초단체장 공약실천계획서 평가 결과'에 따르면 전국 기초단체장의 공약사업 총 1만7,511개 중 13.89%(2,432개)는 비예산 사업 등 재정계획이 없었다. 

또한, 실천계획이 없는 선거공약도 많았고, 이 중 175개 사업은 임기 내 집행되는 재정은 없이 임기 후에 재정투입이 진행되는 것으로 확인됐는데, 여기에 전주시의 사업이 대거 포함됐다. 

매니페스토본부는 "이는 후보자들이 선거공약을 지역주민과의 약속, 즉 고용계약서로 이해하지 못하고, 공약을 편이에 의해 실국의 자체 판단에 따라 조정, 폐기시킬 수 있다는 잘못된 관행을 지속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발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지자체 중 공약이행 재정 규모가 가장 큰 상위 20곳에 전주시(18위, 8조 8,668억 원)가 이름을 올렸다. 

또 공약이행 재정 중 국비의 규모가 가장 큰 지자체 상위 20곳에도 전주시(18위, 5조 112억 원)가 있었다.

우범기 시장의 공약대로라면 5조 원이 넘는 큰 규모의 국비를 끌어와 전주시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도 있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전북지역 14개 지자체장들이 지난 선거에서 발표한 공약사업 중 재원소요 규모가 큰 20개 내용 중에서도 우범기 시장의 공약은 9개의 사업을 포함시킬 정도다. 

전라북도의 신규 공약사업 중 절반의 사업이 전주시에서 이뤄진다고 보면 된다.

구체적으로 새만금~전주~김천 철도 구축(3조 5,000억), 왕의 궁원 프로젝트(1조), 전주형 일자리 5만개 창출(7,061억), 호남제일문 대표 관광지 조성(4,570억), 탄소소재 융·복합 클러스터 구축 및 국가 산단 조성(3,369억), 친환경 광역소각장 건립(3,050억), 전주종합경기장 개발(3,000억), 체류형 관광지 인프라 확대(2,840억), 후백제 왕도 역사골격 조성(2,613억) 등이다.

시민들은 이런 공약에 기대를 걸었다.

그런데 실상을 들여다보면 전주시의 공약재정 규모는 신기루에 지나지 않는다.

우범기 전주시장의 공약총수는 89개로, 이 중 임기 내 실천하겠다는 공약은 68개였으며, 임기 후 실천하겠다는 공약이 21개로 전북 14개시·군 중 가장 많았다.

다시 말해 24% 정도의 공약은 어떻게든 임기 내 시작만 해 놓으면, 임기 후에 책임지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이에 더해 전주시의 공약재정을 숫자로 들여다보면 더한 허탈감을 주고 있다.

전주시의 공약을 실천하려면 모두 8조 8,668억 원이 필요한데, 이 중 임기 내 실천해야 할 공약의 재정은 3조2,532억 원에 불과하며, 임기 후 공약재정이 5조 6,136억 원으로 임기 내 공약재정의 2배에 가깝다.

또한 전주시의 임기 후 필요한 재정은 전북 14개시·군 자치단체장이 임기 후 실천하겠다는 전체 공약 재정의 절반을 넘기기도 했다.

전주시가 전북 14개 지자체 중 가장 큰 공약(空約)을 남발한 셈이다.

임기 내 지켜야 할 공약 사업도 만만하지 않다.

전주시는 올해 국가예산으로 1조 9,055억 원을 확보했다. 분야별로 광역 미래도시 73개 사업(4,290억 원), 경제 산업 105개 사업(7,416억 원), 문화 관광 40개 사업( 799억 원), 복지 사회안전망 120개 사업(6,550억 원) 등이다.

이 중 전주 육상경기장 건립(27억 원) 등 신규 사업 예산은 소규모에 불과하며, 연차적으로 규모를 확대한다 해도 임기 내 공약을 지키기에는 크게 무리가 있어 보인다.

더욱이 우 시장은 야당 인사인데다가 당내 윤리위 판단을 기다리는 등 본인의 정치적 리스크까지 안고 있어 국가예산을 대폭 증액하겠다는 공약을 실천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기만 하다.

매니페스토본부는 "지난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후보자들이 산타클로스식 공약을 무리하게 남발하는 바람에 재정 계획 규모는 민선7기에 비해 크게 커졌다"면서 "하지만 거시경제 악화로 인한 지방세입 감소 및 신규 사업 국가예산이 축소될 것으로 보여 단체장들이 공약을 지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단체장들이 경기침체를 예상해 인수위 단계에서부터 일부 공약을 폐기하거나 제외를 선언하는 등 지방자치법을 어기는 행위를 하고 있다"며 "시민들이 단체장의 공약 이행 여부를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주=황성조 기자 food2drink@kukinews.com
황성조 기자
food2drink@kukinews.com
황성조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