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법과 함께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의사면허취소법’은 대통령 거부권 건의 대상에서 빠질 전망이다.
이양수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3일 쿠키뉴스와의 통화에서 “의사면허취소법이 잘못된 법이라는 인식은 있다”면서도 “간호법처럼 다른 직역에서 반대하거나 조정이 덜 끝난 법안은 아니지 않나. 의사면허취소법은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의사면허취소법이라 불리는 의료법 일부 개정안은 의료인 면허 결격사유를 확대하는 것이 골자다. 모든 범죄에 대해 금고 이상 실형을 선고받아 면허가 취소된 후에도 또다시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을 경우 면허 취소와 함께 10년간 재교부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변호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변리사, 법무사 등 다른 전문 직종도 이러한 규제를 받고 있기 때문에 의사 역시 형평성에 맞게 자격요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의사들은 교통사고 등 일반 범죄로도 면허정지가 될 수 있어 과잉 입법이라며 맞서고 있다. 대한의학회는 3일 입장문을 내고 “의사면허취소법은 금고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환자 진료와 아무런 관련이 없어도 면허를 취소하겠다는 것”이라며 “환자의 치료받을 권리와 의료인의 직업선택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으로 위헌 소지가 크다”고 비판했다.
대한의학회를 비롯해 대한의사협회, 대한전공의협의회 등 의사단체는 간호법과 함께 의사면허취소법도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통해 국회 재논의가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국회는 대통령 거부권 건의에 대해 회의적이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간호법의 경우 거부권 행사 요청을 고심하고 있으나, 의사면허취소법은 건의 대상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이 원내수석부대표는 “모든 법안에 대해 재의요구를 건의하긴 어렵다”며 “당에선 법안 재가 이후 당초 제시한 중재안을 중심으로 법을 개정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이후 다시 개정안을 발의한다는 계획이다. 개정안은 지난달 11일 정부·여당이 ‘의료 현안 민·당·정 간담회’를 통해 제시했던 중재안을 중심으로 채택할 예정이다.
정부·여당이 제시한 의료법 중재안은 개정안의 결격사유 부분을 모든 범죄에서 의료 관련 범죄와 성범죄, 강력범죄에 대한 금고 이상의 실형으로 고치고, 면허 재교부 기간도 10년에서 5년으로 수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의사단체도 우선 간호법 제정 저지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김경태 의협 비대위 부대변인은 “상대적으로 간호법 저지에 관심이 집중돼 있긴 하다”면서 “간호법은 없던 법이 새롭게 제정되는 반면, 의료법은 있던 법이 개정되는 것이기 때문에 거부권이 행사되지 않더라도 법 개정 등 추후 논의의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대범죄에 대한 의사면허 취소는 적극 찬성하지만, 일반 범죄까지 확대된다면 피해 회원들이 생길까 우려된다”면서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의료법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재가될 경우 헌법소원 등 여러 방법을 고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의사면허취소법은 간호법과 함께 오는 4일 정부로 이송될 예정이다. 대통령은 법안을 이송 받은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공포하거나 이의가 있으면 이의서를 첨부해 국회로 되돌려 보내는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오는 9일과 16일 열리는 국무회의가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김은빈 기자 eunbeen1123@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