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갖은 악재로 침체에 빠졌던 블록체인 시장에 활기가 돌고 있다. 국내 주요 게임사들도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한 P2E(Play To Earn) 게임을 속속 출시하며 시장 공략에 나섰다. 사행성 규제로 국내에선 서비스를 못하는 제한적 형태의 출시지만, 업계는 정치권에서 P2E 게임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점진적인 규제 완화를 기대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넷마블과 컴투스, 위메이드 등 국내 게임사들은 자사의 인기 지식재산(IP) 게임을 P2E 버전으로 출시하고 있다. P2E는 게임 플레이를 통해 아이템을 획득하고 이를 가상자산(코인)이나 대체불가능토큰(NFT)으로 교환해 현금화가 가능한 방식을 일컫는다. 돈 버는 게임으로도 불린다.
넷마블은 지난달 19일 전 세계 2억명이 즐긴 캐주얼 게임 ‘모두의마블’을 기반해 만든 ‘모두의마블2: 메타월드(메타월드)’를 글로벌 시장에 출시했다. 메타월드는 메타버스 기반 부동산 보드 게임이다. 뉴욕 맨해튼 등 주요 도시의 실제 지적도를 바탕으로 토지 보유, 건물 건설, 업그레이드 등의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아바타 커스터마이징도 가능하다.
컴투스는 스포츠 게임 ‘낚시의 신: 크루(낚시의 신)’와 캐주얼 게임 ‘미니게임천국’을 P2E 형태로 2분기 내 글로벌 시장에 내놓는다. 두 게임 각각 누적 다운로드 6000만건, 1900만건 이상을 기록한 인기 IP가 기반이다. 이어 방치형 RPG ‘사신키우기’, 턴제 RPG ‘크리쳐’를 3분기까지 차례로 출시한다. 내년엔 스포츠 게임 ‘골프스타 챔피언십’을 시장에 선보인다. 컴투스는 이밖에도 하반기엔 모바일 RPG ‘서머너즈워: 크로니클(크로니클)’을 P2E 버전으로 출시할 계획이다. 크로니클은 지난 3월 글로벌 시장에 공개돼 500억원 매출을 올리는 등 흥행몰이 중이다.
‘미르4’와 ‘미르M: 뱅가드 앤 배가본드’ 등 P2E 게임으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둔 위메이드는 지난달 27일 국내에 출시한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나이트 크로우’를 연내 P2E 게임으로 글로벌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다. 나이트 크로우는 4일 기준 구글 플레이 스토어 매출 순위 2위에 올라있다. 위메이드의 자회사인 위메이드플레이는 인기 IP 애니팡을 기반한 P2E 게임을 속속 시장에 내놓고 있다. 지난 3월 첫 블록체인 게임 ‘애니팡 매치’를 선보인 데 이어 ‘애니팡 블라스트’, ‘애니팡 코인즈’ 등의 글로벌 출시를 준비 중이다.
한국 게임사가 만든 게임이지만, 공교롭게도 이들 대부분은 국내에서 즐길 수 없다. 게임을 통해 획득한 유‧무형 결과물을 현금으로 환전하거나 환전 알선, 재매입하는 행위는 법으로 금지돼 있다. 해당 조항이 담긴 게임산업법은 ‘바다이야기 사태’가 시발점이다. 지난 2006년 사행성 도박 게임인 바다이야기로 인해 많은 피해자가 발생했고, 이때부터 사행성 게임에 대한 규제가 시작됐다. 이에 국내 게임사들은 시대에 맞춰 법도 변해야 한다며 규제 완화를 줄곧 요구해왔다.
위메이드의 장현국 대표는 지난달 열린 미디어 간담회에서 사행행위규제법보다 까다로운 기준이 적용되는 게임법 규제를 지적하며 ‘입법 오류’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그는 “베팅을 하면서 운에 의해 결정이 되고, 대가로 현금을 돌려받는 것을 사행으로 분류한다. 그런데 게임법은 운에 의해서만 결정이 되면 전부 사행으로 분류한다. 더 과한 규제가 게임에 적용되고 있다”면서 “바다이야기 사태 이후 사행성 조장 방지를 위해 충분한 고민 없이 입법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이라도 입법 내용이 잘못된 것을 인정하고 사행성이 없는 게임에 대해서는 허용하되, 그것의 부작용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재홍 게임정책학회 학회장은 “정부는 게임에 부정적인 잣대를 들이대고 규제만 하려고 한다”면서 “바다이야기가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팽배하게 했다. 이제는 모두가 이 트라우마에서 빠져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은 최근 뒤늦게 규제 방안 점검에 나섰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간사인 국민의힘 이용호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 P2E 게임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도 올해 초 발의한 게임산업법 전부개정안에 경품 제공을 허용하는 조항을 넣었다. 지난달 28일 정부가 발표한 ‘제1차 문화 디지털혁신 기본 계획 2025’에는 블록체인 게임에 대한 제작 플랫폼 기술 개발 등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이 담기기도 했다.
한편 시장조사기관 마캣앤마켓은 블록체인 게임 시장 규모가 2022년 46억 달러(약 6조260억원)에서 2027년에는 657억 달러(약 86조670억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