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정된 ‘역대급 한미금리차’…커져가는 한은의 고민

확정된 ‘역대급 한미금리차’…커져가는 한은의 고민

연준 5월 FOMC서 금리 0.25%p 인상…한미 금리차 1.75%p로 역대 최대
한은, 금리 동결 가능성 높아져…환율·자금 동향 변수될 듯
이창용 총재 “금리 인상 논의 시기상조” 의견

기사승인 2023-05-05 06:00:02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연합뉴스 제공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열고 0.25%p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미국 기준금리는 5.00~5.25%로 올라가면서 한국과의 금리 격차가 최대 1.75%p로 벌어졌다.

미국 기준금리 변동에 큰 영향을 받는 한국의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한국은행으로서는 고민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금리 격차가 커지며 외국인 자금 유출 압력이 높아진 점은 기준금리를 높여야 하는 요인이 된 가운데 국내 경제 상황의 불안정성이 심화되고 있는 것은 금리를 동결, 혹은 인하해야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0.25%p 올린다고 3일(현지시각) 밝혔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기준금리는 5.00~5.25%가 됐다. 미 금리가 5%를 넘어서게 된 것은 금융위기 이전이었던 지난 2007년 8월 이후 처음이다. 이로써 미 금리는 16년 만에 최고치에 도달했다.

미국의 금리 인상에 따라 한미 기준금리 역전 폭도 1.75%p로 벌어져 사상 최대치를 갈아 치우게 됐다. 그간 한미 기준금리 역전 폭이 1.50%p를 넘어선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배경은 여전히 미국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인플레이션 때문이다. 연준이 주로 참고하는 물가 지표인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를 보면 가장 최근인 지난 3월 전년 동월보다 4.2%, 전월보다 0.1% 각각 오르면서 둔화세를 보이긴 했지만, 여전히 연준 물가 목표치(2%)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은행으로선 고민이 많아지게 됐다. 한국과 미국 간 금리 차이가 역대 최대폭인 1.75%p로 벌어지다 보니 외국인들의 외화 유출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게 됐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한미 금리차에 기계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고 여러 번 강조하기는 했지만, 이미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넘은 상황에서 환율이 이보다 더 상승할 경우 이를 무시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또한 환율 상승은 수입물가를 끌어올리게 되고, 이는 국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전이될 수 있다.

현재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일단 큰 변동을 보이지 않고 있다. 전날 1340원을 돌파했던 환율은 4일 1325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3월 기준 외환보유액도 266억8000만달러로 전월 말 대비 6억1000만달러 증가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공동취재단 제공.

그렇다고 금리인상을 단행하기엔 한국경제의 불안정성이 너무나도 높은 상황이다.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민간소비 확대 영향으로 전분기 대비 0.3%를 기록하며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겨우 면했다. 지난해 4분기 GDP 성장률은 –0.4%였다. 

경상수지는 1월과 2월 11년 만에 처음으로 두 달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초 기획재정부가 발간한 ‘최근경제동향’에서 언급한 ‘경제 둔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정도다.

금융사들의 연체율도 증가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월 말 기준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36%로, 전월 말 대비 0.05%p, 전년동월 말 대비로는 0.11%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계대출의 연체율이 심상치 않은데 2월 말 기준 가계대출 연체율(0.32%)은 전월 말 대비 0.04%p, 1년 전보다는 0.13%p 증가했으며 주택담보대출 연체율(0.20%)은 같은 기간 각각 0.02%p, 0.09%p 상승했다.

또한 최근 발표된 소비자물가지수를 보면 금리 동결에 힘이 실리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4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동월대비 3.7% 상승했다. 이는 전월(4.2%)대비 0.5%p 하락한 것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2월(3.7%) 이후 14개월 만이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7월 6.3%를 정점으로 꾸준하게 둔화하는 추세다.

한은이 예상한 수준까지 물가가 내려온 만큼 긴축을 이어갈 배경은 약해졌지만, 한·미 금리 역전 폭 확대에 따른 부작용을 잠재우기 위한 기준금리 인상은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온다. 게다가 이달 25일 열리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올해 상반기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마지막 회의다. 6월에는 금리 결정 회의가 없는 만큼 이달 결정에 따라 금리 격차는 두 달 가까이 이어지게 된다.

현재 이창용 총재는 금리 인상은 아직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이 총재는 지난 3일 아시아개발은행(ADB) 연차총회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7%로 둔화됐다는 것은 좋은 소식이지만, 기준금리 인하를 논의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결국 데이터에 달려 있으며, 주요국의 통화정책 방향도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김동운 기자 chobits3095@kukinews.com

김동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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